일하고 싶지만…분노한 청년들이 중동을 흔든다

치솟는 청년실업률과 경기 악화에 분노한 시위대가 중동과 북부 아프리카를 뒤흔들고 있다. 8년 전 아랍권 민주화운동인 '아랍의 봄'을 초래했던 경제난이 전쟁과 난민사태로 더욱 악화되면서 다시 시민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중동 전역에서 올해는 분노의 해"라면서 "좌절과 분노가 아랍권 젊은이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들어 알제리에서는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5선을 노리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리자 지난 4월 사임했다. 알제리 시민들은 부패청산과 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지난 9월 대통령 사임을 외치는 시위가 7년여 만에 재개됐다.

이라크에서도 부패와 생활고에 불만을 제기하는 시위가 지난달부터 이어지면서 250명 이상이 숨졌고 결국 지난달 31일 아델 압둘 마흐디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대도 지난달 29일 사드 하리리 총리를 끌어내렸음에도 추가 시위를 예고했다.

'아랍의 봄'을 연상시키는 일련의 시위들은 취업난에 불만이 쌓인 각국의 청년들이 주도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중동과 북부아프리카의 청년실업률은 29.7%에 달한다. 이는 국제 평균치보다 두 배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요르단은 청년실업률이 세계 최고치인 37.24%를 기록했다. 요르단 국민 65명 중의 1명이 공학 학위를 갖추는 등 인재가 많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 인접국인 시리아와 이라크의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난민만 100만명이 유입됐고 해외투자자들도 요르단을 기피하는 상황이다. 국민들의 불만이 치솟으면서 지난 5년 간 정권이 7차례나 바뀌기도 했다.

가디언은 "중동 각국의 시위대가 요구하는 바는 각각 다르다"면서도 "그러나 삐걱대는 사회제도에 좌절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그 중심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생활고에 지친 중동인들이 '아랍의 봄' 시위에 나선 것처럼 전쟁과 난민사태로 경기가 더욱 악화되자 다시 시위가 열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중동의 산업구조가 바뀌어야 경제·취업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중동 각국은 대졸자 대부분을 공공부문 일자리에 투입했다. 그러나 유가가 하락하고 신재생에너지가 떠오르면서 중동 정부의 재정 위기가 전망되는 가운데 청년 인구수는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은 물론, 일자리의 절대적인 수도 부족하다.

ILO의 패트릭 다루 아랍권 전문 연구원는 "(국가와 국민 간) 사회 계약을 재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교육, 보건, 직업 등의 사회 정의를 보장했던 정부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신 국민들은 독재 정권을 묵인하는 일종의 거래가 성사됐는데 최근 들어 그 거래 조건이 들어맞지 않아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경유착이 고착화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사기업에 경제 성장을 기대기도 어렵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 도하연구소의 나데르 카바니 연구소장은 "중동국가들은 사기업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전혀 줄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도자들의 측근들만 번창한다"고 비판했다.

취업 시장에서도 족벌주의가 만연해 '연줄' 없이는 취업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공학 학위를 갖추고도 몇 년째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요르단 청년 루가야 자카리아(26)는 "희망이 없음을 종종 느낀다"면서 "취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서도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울분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