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아닌데…직원과 연애했다가 잘린 CEO, 왜?

3일(현지시간) 부하직원과 사적인 관계를 맺은 것이 드러나 해고된 맥도날드의 스티브 이스터브룩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실수였습니다."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의 스티브 이스터브룩 최고경영자(CEO)가 3일(현지시간) 해고된 이후 직원에 낸 이메일에 남긴 한마디다. 건강식 아침 메뉴를 강화하고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에 대한 투자로 맥도날드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던 이스터브룩은 이날 이사회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았다.

맥도날드 이사회는 재임 기간 회사 주가를 두 배 이상 띄울 정도의 엄청난 성과를 낸 능력 있는 CEO를 왜 내보내야 했을까. 이유는 그가 부하직원과 '사적인 관계(consensual relationship)'를 맺었기 때문이다. 전처와 이혼해 독신남인 이스터브룩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부하직원과의 연애는 사내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다.


특히 맥도날드에서 상사와 직원의 부적절한 관계는 민감한 내용이다. 최근 몇 년간 매장 직원에 대한 성희롱 문제에 대한 비판이 계속 제기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성희롱에 대해 항의하는 직원이 보복성 인사조처를 당한 사례도 보고됐다. 비판이 커지자 맥도날드는 지난 8월 2000여개 매장을 대상으로 안전한 직장 만들기 교육 강화 방침까지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CEO와 부하직원의 사적인 관계가 드러난 것이다.

AP통신은 "2년 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시작된 이후 기업이 성희롱이나 사내연애에 대해 더욱 엄격해졌다"면서 "특히 상사가 부하직원과 연인 관계를 맺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고 전했다. ABC뉴스도 "이스터브룩의 퇴장은 최근 몇 년간 미국 재계에서 발생한 부적절한 사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물 위로 끌어올린 미투 운동으로 회사 경영진에 관한 규정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사내연애로 평생 쌓아온 경력에 오점을 남긴 사례는 또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 CEO였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지난해 6월 사내연애가 발각돼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크르자니크는 36년 동안이나 인텔에서 일하며 CEO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으나, 부하직원과의 불륜으로 수십 년간 쌓은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개발자인 앤디 루빈도 지난 2014년 10월 구글을 떠나 스마트폰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에센셜을 설립했으나, 구글 재직 시절 부하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들어나 한동안 회사를 떠나있어야 했다. 이후 다시 에센셜 CEO로 복귀했으나, 회사는 매각을 검토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