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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과 정치 사이…'인헌고 논란'이 던진 질문은?

머니투데이
  • 조해람 기자
  • 김경환 기자
  • 2019.11.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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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의 정치 얘기 어디까지? 어떻게?…전문가 "사회적 합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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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3일 서울 인헌고등학교에서 열린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기자회견에서 보수단체와 기자회견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나뉘어 있다/사진=뉴스1
'수업에 정치가 섞이면 안 된다' vs '정치관 강요는 안 되지만 정치 교육은 필요하다'

서울 인헌고등학교가 때아닌 '정치 교육'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교사로부터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강요당했다고 일부 학생들이 주장하고 나서면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 강요' 논란과 '정치 배제' 주장이 뒤섞이고 있다. 회색지대에 놓인 인헌고와 정치 교육을 두고 전문가들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정치'인가 '강요'인가…섞여버린 논쟁


처음부터 문제는 복잡했다. 인헌고 문제를 제기한 인헌고등학교학생수호연합(학수연)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이제 사상주입을 끝내야만 하겠다"며 정치 강요 의혹을 폭로했다. 그러나 학수연은 동시에 "교사의 정치적 중립은 의무다. 인헌고 교사들의 '정치적 발언'은 교육기본법 위반"이라고도 말했다. "교사가 정치적 발언을 해도 되냐"는 한 학생의 익명투고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정치 강요'와 '정치 배제' 논리가 섞였다.

어른들은 혼란을 더 부추겼다. 한국교직원총연합회는 지난달 31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을 편향적으로 경도시키는 언행은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을 함께한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학생이 정치 사안에 기웃거리게 되고 공부를 등한시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편향적 경도'와 '정치 사안 배제' 사이에 회색지대가 생겼다.

지난 10월30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왼쪽부터), 김한표 간사, 전희경 의원, 김현아 의원이 인헌고 사태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을 찾아 김원찬 부교육감과 면담하기 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10월30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왼쪽부터), 김한표 간사, 전희경 의원, 김현아 의원이 인헌고 사태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을 찾아 김원찬 부교육감과 면담하기 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논란이 모호해지면서 누구나 인헌고를 입맛대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급기야 '교실의 정치화'를 막겠다며 '진짜 정치 정당'이 개입하는 일도 일어났다. 지난달 3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곽상도·김한표·김현아·이학재·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을 찾은 것이다. 이들은 이날 김원찬 서울시 부교육감을 만나 인헌고 사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교실에서의 정치 얘기, 어디까지 허용되나요? "사회적 합의 필요"


이번 논란으로 한국 사회에도 정치와 교육의 관계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1976년 서독의 교육자, 정치가,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교육 방침이다. 정치 교육을 둘러싼 갈등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교사가 특정 정치적 입장을 절대 강요하지 않되,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사안은 학교에서도 논쟁을 통해 가르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계 전문가들도 정치관 강요는 금하되 자유로운 토론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용련 한국외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치적 사안을 금기시한다 해서 올바른 관점이 길러지는 건 아니다"라며 "편향된 생각을 권위적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제시한다면 잘못이지만, 정치 사안을 토론하고 자신만의 판단 근거를 세워가는 교육은 더 적극적으로 권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1월4일 공포한 '학교민주시민교육 진흥 조례' 제4조./자료=서울시교육청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1월4일 공포한 '학교민주시민교육 진흥 조례' 제4조./자료=서울시교육청

서울시교육청도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비슷한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일 인헌고 특별장학 진행사항을 일부 공개하며 '학교민주시민교육 진흥 조례'를 다시 안내해 사회현안 교육 원칙을 재정립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학교민주시민교육 진흥 조례는 교사가 사회적 사안을 다루되, 사적 이해관계나 특정 정치적 의견을 주장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단 아직 한국 사회엔 보이텔스바흐 합의처럼 '모두가 따를 만한 사회적 합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누리 중앙대 독문과 교수는 "보이텔스바흐 합의 이후 이뤄진 독일 민주시민교육은 독일 사회를 굉장히 성숙한 민주국가로 만들었다"며 "한국은 그에 대한 논의가 매우 후진적인 수준이다. 학계와 교사 등이 모여 모두가 동의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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