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

최성진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사진제공=4차산업혁명위원회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명칭이 무엇이든지 전 세계가 직면했다. 데이터기술(DT)과 인공지능(AI) 기반의 기술혁신이 모든 산업 분야를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이끌고 있다.


이 4번째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대부분 새로운 얼굴(기업)들이다.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은 지난 10년 동안 어떻게 바뀌었을까. 석유화학, 에너지 등 2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들에서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IT, DT 기업들로 바뀌었다. 대부분 20여년 이내의 역사를 가진 젊은 기업들이다. 창업한 지 불과 10년 안팎인 곳도 있다.

이들의 자리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새로운 유니콘(기업 가치가 1조2000억원이 넘는 비상장 기업)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2019년 11월 현재 전 세계에서 400개가 넘는 유니콘 스타트업이 1500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지녔다.

무엇이 이들을 산업혁명의 주인공으로 이끌었을까. 전통적 생산 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갖춘 뛰어난 인재들의 '혁신을 향한 열정'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의 혁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또 이들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는 21세기 원유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DT와 AI로 세상에 없던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 모험자본(Venture Capital)이 혁신가들에게 재원을 조달한다.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투자를 제공, 혁신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이렇게 성장한 스타트업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또 다른 혁신에 뛰어들거나 투자한다. 이로써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혁신 산업 생태계다.

인재, 데이터, 스마트자본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가 곧 국가 전략이다. 정부는 주인공이 아니라 조력자로서 규제 혁신과 인재 양성,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 등의 기반을 조성하는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지난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발표했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문재인 대통령은 며칠 뒤 인공지능 국가 전략 수립 계획을 공개했다. 규제 혁신과 정책 자금, 교육 지원, AI정부 추진 등의 내용을 담은 발표는 '조력자'로서 정부의 역할을 충실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당장의 현실은 어떠한가. 같은 날 검찰은 승차공유서비스 '타다'를 불법이라며 기소했고, 모빌리티 제도 혁신은 지지부진하기만 한 가운데 투자는 말라붙었다. 핀테크 스타트업 '웨이즈'는 지난해 정부가 허용한 온라인환전서비스에 뛰어들었지만 규제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이달 문을 닫는다. 빈집재생 모델로 정부와 지자체에게 주목받던 스타트업 '다자요'는 관련 규정이 부재한 가운데 경찰 수사가 진행돼 영업을 중단한 지 수개월 째이지만 제도 마련은 감감 무소식이다. 정부가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라는 올바른 방향을 세우고 있지만, 정작 '규제 샌드박스' 심의에서는 규제 부처의 반대로 진행 안 되는 안건이 허다하다. 규제 혁신뿐만 아니라 인재 양성과 투자 활성화 측면에서도 정부와 국회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주인공에 대한 대접이 이렇다면 성공을 기대하긴 어렵다. 아니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누구라고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주인공을 키워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최대한 혁신의 기회를 주고,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인재와 기업들이 주인공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