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우보세]나무 뽑힌 마을은 더 삭막했다

머니투데이
  • 김경환 기자
  • 2019.11.06 05:3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글자크기조절
  • 댓글···
시간이 날 때 목적 없이 걷는 것이 취미다 보니 마을 곳곳을 누비고 다닌 지 오래다. 가끔 아무 버스나 잡아타고 생소한 동네에 내려 낯선 골목길을 걷는 것도 좋아한다. 자연스럽게 우리 동네가 어떻게 변하는지, 다른 저층 주거지 동네 사정은 어떤지 금방 눈에 들어온다.

가장 빈번한 변화는 단독 주택이 있던 자리에 집이 허물어지고, 빌라가 들어서는 것이다. 주택 마당에 있던 탐스럽던 나무들은 뿌리째 뽑혀 나가고 나무 한 그루 없는 빌라가 지어지면서 그렇게 마을은 한층 더 삭막해진다.

일반 저층주거지에 살다 보면 가장 익숙한 변화다. 서울시는 오는 2022년까지 나무를 3000만 그루 심겠다고 공언했지만 그냥 보통의 마을과는 멀다. 보통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처럼 나무는 더 사라지고 콘크리트 빛 무채색만 난무한다. 가끔 그 많은 나무는 어디에 심을까란 의문이 든다.

드물게 주택들을 개조해 약간은 예쁜(?) 카페들이 들어선다. 마을 주민들의 쉼터로 좋아 보이지만, 그야말로 커피를 마셔야만 잠시 이용할 수 있는 '유료' 공간이다. 낮은 집들 가운데 이러한 공간이 하나둘 생겨나 주민들에게 독서실로, 쉼터로 제공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인근 아파트에도 가본다. 폐쇄적 담장에 둘러 쌓인 그들만의 세상이다. 입구 안으로 들어가면 별천지다. (아파트 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 있고 산책로가 있다. 주민들이 운동하고 차 한잔하며 담소를 나눌 커뮤니티 센터도 있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들은 차들이 지상으로 다니지 않아 안전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사람들이 '집'을 논할 때 일반 주택은 고려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저층주거지도 사람이 산다. 매력도 넘친다. 정겨운 이웃들이 있고, 값싼 야채를 파는 재래시장과 아이들이 뛰어놀 골목길이 있다. 조금만 창의적으로 접근하면 저층 주거지도 충분히 바뀌고 좋아질 수 있다. 최근엔 20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에 예쁜 협소주택을 지어 동네 풍경을 바꾸며 골목 안으로 들어오는 젊은이도 많다.

주민들은 애쓰지만, 오히려 서울시가 손을 놓고 있는 듯하다. 많은 낙후 저층 주거지를 돌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예산도 발목을 잡는다. 작은 카페 하나가 바꾸는 마을 풍경을 서울시라고 왜 못 바꿀까.

도서관이면 도서관, 작은 공원이면 공원 등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경기 진작을 위해 낭비하듯 퍼붓는 예산이나 멀쩡한 보도블록을 다시 까는 예산보단 백 배 나을 것이다. 서울시의 예산 수립과 생활권 계획이 더 정밀해야 하는 이유다.

[우보세]나무 뽑힌 마을은 더 삭막했다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오늘의 꿀팁

  • 날씨
  • 내일 뭐입지

많이 본 뉴스

네이버 법률판 구독신청
2019 모바일 컨퍼런스
블록체인

포토 /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