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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한국영화 100세 생일상도 갈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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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성민 기자
  • 2019.11.0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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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단성골드빌딩에서 열린 '단성사 영화역사관 개관식'에서 내·외빈들이을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문을 연 단성사 영화역사관은 학생들의 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이장호 감독, 임권택 감독, 배우 신영균, 김혜자, 한지일. 2019.10.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영화(韓映畫)님이 100살 생일을 맞았다. 가끔씩이지만 그를 만나기 위해 1000만명씩 모인다. 그의 생일이 바로 10월27일(1919년), 지난주였다. 영화의 날이라고도 불렀다. 마침 올해 한영화님에게 프랑스 친구가 큰 선물(칸영화제 수상)도 줬다.

사실 그가 영화라고 제 이름을 찾은 것은 채 30 ~ 40년도 채 안 됐다. 그 전에는 방화(邦畫)라고 불렀다. 환갑이나 칠순이 되기 전까지는 한서방이나 한씨 정도로 불렸다는 말이다. 자기나라 영화라는 말이었지만 방언(사투리)처럼 비하의 의미가 담겼던 것도 사실이다.

그의 생일과 나이를 가지고 말이 좀 있긴 하다. 100년 전이라 병원 시설도 부족할때였는지, 어머니가 임신 중에 제대로 못 먹었는지 첫 모습(단성사에서 연쇄극 ‘의리적 구토’ 상영일)은 핏덩이 수준이었다. 자연히 50세, 60세를 꼽는 것은 부자연스러웠다. 한씨들에게 특별한 해인 1995년(광복 50주년) 한영화씨가 76세이던 때 어설픈 잔치상을 함께 받았다.

한영화씨는 바로 한국영화다. 의리적 구토는 연극 무대 배경으로 영화필름을 통한 활동사진이 쓰인 정도였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이 담긴 최초의 한국 극영화 ‘월하의 맹서’(1923년)를 한국영화의 시초로 치기도 한다. 한국영화의 이념을 최초로 제시한 영화로는 나운규의 '아리랑(1926년)'이 단연 첫손 꼽힌다. 여기까지는 별 이견이 없다. 문제는 그 뒤다.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축하나 연대기가 줄을 잇는다. 공중파 방송에서는 한국영화 100년 다큐가 방영되고 영화계 안팎에서는 시상식 등을 전후해 기념비적 한국영화 100선, 50선, 한국영화의 대표배우나 영화감독 등을 꼽아보는 일이 많다.

100년의 역사이고 기억과 시공간이 모두 한계가 있다 보니 생략은 어쩔 수 없다. 불가피한 망각도 있다. 김지미와 안성기의 데뷔작이라는 황혼열차(1957년)는 필름이 남아있지 않다. 한국영화 100선에 서너편은 너끈히 올려놓는 이만희 감독의 영화 ‘만추’(1966년)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필름은 밀짚모자 테두리를 감는 것 등에 쓰이며 소실된 탓이다. 사정은 그뒤로 조금씩 나아졌다.

그렇지만 1950 ~ 70년대 영화는 소실이 아닌 의도적 망각의 늪에 빠져있다. 영화감독 중에서 스크린쿼터 투쟁의 과정과 젊은 영화인들(그때 그랬을뿐 그들도 이제 노장으로 불림직 하다)과의 갈등으로 빠진 영화감독과 정치권에 뛰어든 몇몇 원로배우들은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다. 대표 영화 선정에 참여한 한 중견 감독은 “몇몇 감독을 누락시킨데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소수였다”고 토로했다. 대종상 등 몇몇 시상식에 소장 영화인들이 사실상 보이콧 움직임을 보여온 것도 그랬다.

영화의 고향에서는 내용상 다뤄진 흑백차별을 이유로 '국가의 탄생'을, 불손한 혁명을 다뤘다는 이유로 '전함 포템킨'을, 나치를 찬양했던 '올림피아'를 배제하지 않는다. 비판하더라도 그것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과거에 함몰될 필요는 없지만 '잊어달라' 강요해서도 안 된다. 정치 지형과 세대, 젠더 갈등이 극심하다고들 한다. 주말 광화문과 서초동, 여의도의 공기도 다르다. 물론 세대별로 그들의 기억에 남는 영화가 다를지 모른다. 3대가 함께 본다는 말은 옛말이 됐지만 추억과 즐거움마저 편가르기해서는 곤란하다. '빨간 마후라'를 부르며 '국제시장'에서 아버지를 떠올리기도 하고, '고래사냥'을 흥얼거리다 '1987'에서 울컥해질 수도 있다.

한영화님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줄을 섰고 한집에 살고 싶어하는 이들도 끊이지 않는다. 가난한 가족(독립영화)도 있지만 부자 친구(메이저 상업영화)도 있다. 사실 100살이면 옹(翁)으로 불러야 하지만 그럴수는 없지 않은가. 이번 주말에도 오늘 밤에도 가족처럼, 친구처럼 영화를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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