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협회 "중고차 판매업, '생계형'되면 경쟁력 잃는다"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수입차 공식 인증중고차 전시장모습. /사진=뉴스1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중고차 판매업'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는 것에 대해 5일 우려를 표명했다.

수입차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 안전과 후생이 가장 먼저 담보되지 않는 논의에 우려를 표한다"며 "정책적 지원과 검증된 품질관리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중고차 판매업은 지난 2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추천 요청이 공고됐다. 생계형 적합업종 추천을 담당하는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7월 중고차 판매업에 대해 3개월 동안 추가 실태조사와 의견수렴을 거친 뒤 중소벤처기업부 추천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추천 여부 결정 회의는 오는 6일 열릴 예정이다.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된 분야에 대기업은 5년 동안 사업을 확대하거나 진입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한 대기업에는 매출액 5% 이내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수입차협회는 "그동안 진행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논의에서 소비자 안전과 권리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지 않았다"며 "그 사이 수입차 업계는 국내 중고차 유통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거래는 연간 220만∼230만대 규모로, 약 27조원 규모의 시장이다. 이는 신차 판매 시장보다 1.65배 이상 큰 수준이라는 게 수입차협회의 설명이다.

수입차협회는 "중고차 유통시장은 규모에 비해 소비자의 안전과 권리를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소비자가 적정 가격을 알기 어렵고 하자나 수리내역 등이 제한적으로 제공돼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 정보 비대칭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설문에선 소비자 76.4%가 국내 중고차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또 수입차협회는 "중고차 판매업은 통상적으로 막대한 초기 자본이 투자돼야 하는 사업"이라며 "수입 중고차 중 고가 브랜드는 한 대당 1억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많아 소상공인이 취급할 수 없는 사업 영역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에 대한 충분한 분석 없이 중고차 판매업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건 자동차 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하는 비현실적 규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일부 수입차 업체들이 도입한 '인증 중고차 시스템'을 수입차협회는 중고차 시장의 긍정적인 사례로 들었다.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이는 업계가 중고차 판매업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사례"라며 "인증 중고차 고객에겐 신차와 마찬가지로 일정 기간 무상보증수리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최용국 수입차협회 상무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구매자 신뢰를 높이기 위한 차량 품질 보증 방안 등을 가능케 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