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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탈때 신발 벗는 사람도 있었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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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이 기자
  • 2019.11.0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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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대한항공 전 객실승무원 김태순씨, 1965년 입사한 '맏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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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전 승무원 김태순씨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지금은 대한항공에만 6000여명의 여승무원이 있지만 한국을 통틀어 스무 명도 채 안되던 시기가 있었다. 대한항공 전 객실승무원 김태순씨(74)가 입사한 1965년 이야기다.

스물두 살이었던 김씨는 우연히 승무원을 뽑는다는 신문광고를 봤고, 그것이 인생을 바꿨다.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도 여승무원은 최고 인기 직종이었다. 멋있는 유니폼을 입고, 그 시절엔 한번 타기 힘든 비행기를 타고 국외로 다닐 수 있어서다.

김씨는 "1200명이 지원할 정도도 대단한 인기가 있었다"며 "총 6명이 뽑혔는데 모두가 부러워했다"고 회상했다. 그 때는 '승무원', '스튜어디스'라는 말 자체가 낯선 시기여서 사람들은 '에어걸'이라고 불렀다.

대한항공 전직 객실승무원 김태순씨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대한항공 전직 객실승무원 김태순씨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그렇게 한국의 첫 국영항공사인 대한항공공사에서 김씨의 '에어걸' 생활이 시작됐다. 그는 "유니폼을 입으니 설레였다"며 "분명 하늘을 날고 있는데 거기서 또 하늘을 나는 느낌이었다"고 첫 비행 순간을 생생히 기억했다.

하지만 대한항공공사의 상황은 열악했다. 30~60석짜리 구형 프로펠러기를 타고 다녀야 했다. 제대된 교육 매뉴얼도 없었다. 김씨는 "바다에 불시착했을 때를 대비한 훈련을 받아야 했는데 관련 시설이 없었다"며 "한강 뚝섬에 가서 직접 물에 빠지는 걸로 훈련을 대신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공사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3월 1969년 한진그룹에 인수되며 지금의 대한항공으로 바뀌었다. 대한항공은 해외노선 개척에 적극 나섰고, 1969년 10월 호찌민에 국제선을 띄웠다. 이전에는 일본 노선이 전부였다.

호찌민에서 열린 취항식에는 김씨도 있었다. 그는 "호찌민에서 첫 취항파티에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등이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며 "베트남이 전쟁 중이란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1969년 10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대한항공 첫 국제선 취항 파티에서 찍은 사진. 왼쪽이 김태순씨다. /사진제공=김태순씨
1969년 10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대한항공 첫 국제선 취항 파티에서 찍은 사진. 왼쪽이 김태순씨다. /사진제공=김태순씨
김씨는 1973년 결혼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그때는 여성이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 두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였다. 2년쯤 지나자 고참 승무원이 필요해진 대한항공이 김씨를 찾았고,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대한항공에 돌아온 김씨는 승무원 중 최고참이 됐다. 이후 김씨는 1981년 2월 동료 승무원과 함께 여성으로는 한국 최초로 비행시간 1만 시간을 기록했다. 그해 10월에 열린 ‘제1회 항공의날’에서는 대통령표창도 받으며 공로를 인정받았다.

1980년대 들어 여행 자유화와 함께 해외여행이 늘자 웃지 못할 일들도 벌어졌다. 김씨는 "처음 비행기를 타시는 분 중에는 정말 신발을 벗고 타는 사람도 있었다"며 "비행 중에 답답하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한 할머니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1991년 은퇴를 했다. 비행시간 1만5392시간, 탑승거리는 1000만km가 넘었다. 2년 동안 하늘에만 떠 있던 셈이다.

지난달 2일에는 오랜만에 입사 당시 입던 유니폼을 입고 회사를 찾았다. 국제선 취항 50주년 기념 비행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많은 유니폼을 입었지만 처음 입었던 유니폼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퇴직 후에도 비행기만 타면 승무원의 서비스에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씨는 "요즘 후배 승무원들을 보면 정말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좀 더 보탠다면 즐겁게 일을 하면 좋겠다"며 "자연스럽게 즐거움이 묻어나야 고객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일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 카운터 앞에서 현직 객실승무원이 1969년 10월 2일 호찌민 첫 취항 항공편에 탑승했던 전직 객실승무원 김태순씨에게 꽃다발과 기념 배지를 전달하는 모습 /사진제공=대한항공
지난달 2일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 카운터 앞에서 현직 객실승무원이 1969년 10월 2일 호찌민 첫 취항 항공편에 탑승했던 전직 객실승무원 김태순씨에게 꽃다발과 기념 배지를 전달하는 모습 /사진제공=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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