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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걷는 암탉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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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 2019.11.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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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대표 / 사진제공=희경
“좋은 구경시켜줄게요” 하는 농장주의 발걸음을 따라 가보았다. 2007년 초여름 오전 이른 시간에 도착한 경남 하동의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에 대한 기억이다.

농장주는 빠른 걸음으로 농장으로 가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 안에서 닭들이 봇물 터지듯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소름 돋을 만큼 감동스러워 ‘엑소더스!’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닭 농장을 갈 때마다 느꼈던 답답함이 그 농장의 닭들로 일시에 뚫리는 것만 같았다. 모든 암탉들이 저렇게 걸을 수 있는 자유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알을 낳는 암탉들을 두고 흔히 'A4 한 장의 삶'이라고 한다. 평생동안 암탉에게 주어진 공간이 고작 그 정도라는 뜻이고, 이런 닭 사육장을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라고 한다. 걷지도 못하고 날갯짓조차도 할 수 없는, 몸만 딱 들어찬 환경에서 평생을 산다는 것은 사람이 관 속에 갇혀 평생을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를 수 있을까?

극단의 스트레스를 주는 열악한 환경에 갇혀 사는 동물들은 질병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연구에 의하면 돼지는 죽기 직전에 받은 스트레스가 육질에도 영향을 미쳤다. PSE(pale soft exudative)돼지고기, 즉 육질이 흐물흐물하고 색이 옅였다. 고기로서는 낮은 질에 속한다.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은 동물에게도, 생산성에도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강타해 동물전염성 질병에 대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2019년은 예방도 치료제도 없다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돼지 23만8548마리(10월28일 현재)가 살처분 되었고 5만1000마리는 조기 도축되었다.

동물 전염병이 발생하면 방역 당국은 ‘살처분은 곧 최고의 방역’이라는 공식을 작동시킨다. 국회 김병욱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가축 살처분에 무려 3조7461억 원이 사용됐다. 대량살처분 기록이 없는 2012년과 2013년을 제외하면 살처분에 퍼부은 돈이 연간 약 2200억 원이다. 이런 것을 보면 죽일만큼 죽이는 방역, 즉 사후 살처분이 최선의 예방책인지, 국민으로선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동물복지에 관심있는 오피니언들이나 동물단체들은 질병이 급속하게 퍼지는 원인 중 하나로 공장식 축산을 꼽으며 축산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물론 바이러스라는 것은 건강 개체도 피해갈 수 없기에 동물복지를 고려한 축산이 만병의 해결책이라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밀집사육 스트레스는 동물의 질병저항력과 무관할 수 없다. 특히 농장이 지역에 몰려 있는 것 등은 질병 전파에 가속도를 붙인다.

유럽연합 중심으로 암탉 배터리 케이지 사용을 금지하고 암퇘지 스톨 사육을 금지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이 흐름은 전세계적인 케이지 프리(Cage Free)운동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유통 및 외식업체 중심으로 414개의 업체가 케이지 프리 선언을 했다. 한국은 2018년에 풀무원이 10년 이내에 판매하는 모든 계란을 케이지 프리로 바꿀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에 있는 메리어트 호텔, 포시즌 호텔 등도 케이지 프리 요구에 응답하고 있다. 최근 스타벅스가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2029년을 목표로 완전 케이지 프리 협약을 했다.

문제는 국내 산란계 산업이 이를 뒷받침할 준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소비자가 찾지 않는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지만 유통업계와 외식업계에서 2025년을 전후를 목표로 케이지 프리를 선언해나가고 있으니 이제 정부와 산업계가 화답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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