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커피숍 빨대 통째로 '쓱', 손님에 한마디 했다가…

머니투데이
  • 박가영 기자
  • VIEW 77,962
  • 2019.11.10 08:0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글자크기조절
  • 댓글···

[프로불편러 박기자]무료 제공 물품부터 식기까지 '다' 가져가는 손님들 때문에 속 썩는 업주들

[편집자주] 출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잠들기 전 눌러본 SNS에서…. 당신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상 속 불편한 이야기들, 프로불편러 박기자가 매주 일요일 전해드립니다.
image
#얼마 전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찾은 A씨. 커피 주문 후 냅킨을 가지러 갔다가 한 중년 여성이 빨대, 설탕 등을 양손 가득 들고 가는 걸 봤다. A씨는 자신도 모르게 "다 쓸어가네"라고 중얼거렸다. 이를 들은 중년 여성은 "이런 거 다 가져가라고 놔둔 거다. 직원도 아니면서 왜 눈치주냐"며 오히려 A씨에게 핀잔을 줬다.

커피숍 빨대 통째로 '쓱', 손님에 한마디 했다가…

매장 한 쪽에 놓인 빨대, 냅킨, 나무젓가락….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 물품들이다. 그런데 최근 이를 '싹쓸이'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업주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규모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39)는 매일 냅킨과 빨대가 '눈 깜빡할 새' 사라진다고 하소연한다. 박씨는 "손님들이 너무 과하게 가져가서 카운터 쪽에 빨대와 냅킨을 놓아보기도 했다. 그런데도 카운터 안까지 손을 집어넣어서 빨대를 한 움큼씩 빼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지금은 포기 상태다"라고 전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권모씨(22)는 "빨대 많이 집어가는 건 눈에 보여도 그냥 두는 편인데, 한번은 어떤 분이 진짜 한 통을 다 집어가서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 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자주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그러는 거예요' 하면서 갖고 나가 황당했다"며 "사장님은 '왜 그냥 보내냐'며 나를 혼냈다"고 토로했다.

개인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양모씨(33)는 "진료 전 대기시간에 마시라고 준비해둔 인스턴트 커피나 티백을 다 쓸어가는 사람도 많다. 유독 그러는 환자분들이 있어서 그분들 오기 전에는 커피믹스 2~3개만 남기고 치워놓는다"고 말했다.

손님들이 가져가는 건 일회용품뿐만이 아니다. 머그잔, 수저, 그릇 등 비품들도 자주 사라진다. 카페 아르바이트 경력만 8년인 김모씨(28)는 손님들이 매장 내 물품을 가져가는 장면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빨대, 냅킨을 한 움큼씩 주머니에 넣어가는 건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수준이다.

김씨는 "동네에 있는 개인 카페에서 일했을 때 티스푼이 진짜 많이 없어졌다. 10개 넘게 있었던 티스푼이 3개월 만에 다 사라졌다. 그래서 사장님이 티스푼을 아예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며 "제일 황당했던 건 들어와서 아무것도 안 시키고 빨대만 잔뜩 집어서 나간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빵사 박모씨(26)은 "베이커리 카페에서 일했을 때 접시랑 유아용 숟가락이 진짜 자주 없어졌다. 쓰던 숟가락을 물티슈로 닦아서 가방에 넣어 들고 가더라. 프랑스 제품이라 값이 꽤 나가던 거였다"라고 설명했다.

업주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지만, 매장에 무료로 비치된 물품을 챙겨가는 이들은 크게 문제 될 거 없다는 입장이다. "돈 냈는데 뭐가 문제냐", "비싼 것도 아닌데 괜찮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위가 '공짜 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은 공짜인 물건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내야 하는 물건은 값을 지급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에 절제를 한다. 반면 당장 필요한 게 아니더라도 공짜면 일단 '내꺼'라는 생각이 들어 더 많이 가지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곽 교수는 그릇 등 비품을 몰래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 "범법행위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작은 물건이기 때문에 '이거 하나 없어진다고 여기가 문을 닫겠어?'라며 도덕적 정당화를 하게 된다. 업주 입장에서는 비품 하나하나가 다 자산이지만, 가져가는 고객들은 그 물건의 가치를 낮게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짜'라서 욕심 내 챙겼다간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빨대나 냅킨 등 서비스 물품을 많이 가져간다고 해서 다 '절도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양이 통상적인 범주를 크게 벗어나거나 수차례 반복되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변호사는 "무료로 제공되는 물품을 과도하게 가져갈 경우 업주가 고소하거나 경찰이 인지하면 절도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주문도 하지 않고 매장에 방문해 서비스 물품을 집어가거나, 매장 내 비품을 가져가는 건 명백한 '절도죄'다. 초범인 경우엔 즉결심판에 넘겨져 50만원 미만의 벌금을 내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주 입장에서는 신고나 고소도 쉽지 않다. 카페 운영자 박씨는 "절도죄에 해당한다고 해도 어느 가게가 손님을 고소하겠냐. 손님들도 가게의 이런 속사정을 다 알고 그러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이것도 손님의 '갑질'이 아닐까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의 꿀팁

  • 날씨
  • 내일 뭐입지

많이 본 뉴스

법률N미디어 네이버TV
머니투데이 초성퀴즈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