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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땡땡이' 친 다음 날, 부장 반응이…[체헐리즘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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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형도 기자
  • 2019.11.0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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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단 거짓말에 "걱정했다" 한마디…'연차·월차' 권리,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에겐 그저 꿈

[편집자주] 지난해 여름부터 '남기자의 체헐리즘(체험+저널리즘)'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뭐든 직접 해봐야 안다며, 공감(共感)으로 서로를 잇겠다며 시작한 기획 기사입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자식 같은 기사들이 나갔습니다. 꾹꾹 담은 맘을 독자들이 알아줄 땐 설레기도 했고, 소외된 이에게 200여통이 넘는 메일이 쏟아질 땐 울었습니다. 여전히 숙제도 많습니다. 그래서 차마 못 다한 이야기들을 풀고자 합니다. 한 주는 '체헐리즘' 기사로, 또 다른 한 주는 '뒷이야기'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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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며 회사 땡땡이를 친 날, 연차 신청을 했다. '휴가 사유'에 '회사 가기 시러서'라고 썼다가 지웠다. 그럴 용기가 없어서. 휴가엔 사실 딱히 사유가 없다. 권리일 뿐./사진=남형도 기자
회사 '땡땡이' 친 다음 날, 부장 반응이…[체헐리즘 뒷이야기]
입사하고 첫 '땡땡이'를 친 다음 날, 난 여느 날처럼 광화문으로 돌아왔다. 출근했다는 뜻이다. 전날 아프다고 거짓말해서, 아직은 다들 그리 알고 있었다.

잠시 뒤, 부장이 출근했다. 내가 '부장'이라 부르는 건, 대뇌를 비웠거나 퇴사를 앞두고 있어서가 아니다(댓글에 그런 질문이 많아 설명한다). 언론사에선 통상 '님'자를 생략하고 부른다. 대표님 대신 대표라 하고, 팀장님 대신 팀장이라 한다. 단언컨대, 난 아직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한다. 매달 25일엔 애사심이 가장 충만하다.

다시 돌아오자면, '땡땡이'친 다음 날 어땠는지 궁금하단 독자가 많았다.

잘 알고 있다. 내심 기대하고 있단 걸. 부장에게 (액정 정면이 아스팔트에 떨어진 사과폰처럼) 깨지고, 멘탈은 잘 마른 쿠키처럼 바사삭 부서지고, 땡땡이로 채운 충만한 감성은 인수분해되어, 다신 땡땡이의 땡 자도 꺼내지 못하고, 시계가 '땡' 치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해지는. 예를 들면 그런 장면 말이다.



부장이 건넨 한마디


부장에게 '땡땡이'를 쳤다고 양심 고백했다. 얼굴 보고 말할 자신이 없어서 메신저로 얘기했다. 부장의 첫 대답은 'ㅎㅎㅎ'였다./사진=긴장한 남형도 기자
부장에게 '땡땡이'를 쳤다고 양심 고백했다. 얼굴 보고 말할 자신이 없어서 메신저로 얘기했다. 부장의 첫 대답은 'ㅎㅎㅎ'였다./사진=긴장한 남형도 기자

내 오른쪽 자리에 앉은, 나의 훌륭한 부장은 달랐다. 내 자리를 온전히 보전하기 위한 '아부'가 아님을 재차 밝혀둔다.

부장에게 양심 고백을 했다. '땡땡이'치는 체험이었다고, '리얼함'을 위해, 불가피하게 아프다고 했다고. 뒤늦게 양심 고백한다고, 죄송하다고 했다. 어쨌거나 거짓말을 했으니.

부장은 웃더니, 알았다고 했다. 아프다고 해서 팀원들과 걱정했단다. 그러면서 전날 신청했던 '연차'는 아직 승인하지 않았으니, 취소하라고 했다. "땡땡이치고 뭐 했는지 궁금하다"고 해서 "기사로 보여 드리겠다"고 답했다.

그 말에 어쩐지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새삼 알았다. 상사의 섬세한 한마디가, 때론 월급보다 더 큰 힘이 된단 걸. 땡땡이를 친 날 아침, 불쑥 아프다고 연차를 쓰겠단 한마디에도, 걱정해줄 수 있는, 그 정도 공간만 있어도 괜찮다고.

그게 당연한 게 아니란 것도 알았다. 댓글엔 "좋은 부장"이란 말과 함께, "우리 부장 같으면"이란 얘기가 많았다. 사유를 꼬치꼬치 묻기도 하고, 그걸 이제 얘기하냐며 핀잔 주기도 한다고 했다. 내 말과 행동이, 내 존재가, 함께하는 이들 삶에 이렇게 영향을 준다. 다니고 싶게 하거나, 때려치우고 싶게 하거나. 난 어느 쪽에 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누군가에겐, 꿈도 못 꿀 일


다 같은 직장인이지만, 다 같이 권리를 누리는 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당연한 건 아니다. 생각해 볼 일이다./사진=뉴스1
다 같은 직장인이지만, 다 같이 권리를 누리는 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당연한 건 아니다. 생각해 볼 일이다./사진=뉴스1

'회사를 처음 땡땡이 쳐봤다'는 제목의 기사가 2일 나갔다. 늘 그랬듯 댓글을 빠짐없이 찬찬히 읽었다. 힐링했단 이들도, 대리만족했단 이들도, 따라서 땡땡이치고 싶단 이들도 있었다. 작지만 큰 위로란 말이, 맘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리고 알게 된 것들이 있다. 그런 '땡땡이'조차, 어떤 직장인들에겐 꿈도 못 꿀 사치라는 걸. 고생한 이들에게 한 번쯤 쉴 틈의 '로망'을 생각하게 하잔 취지였는데, 그마저도 상처가 될 거란 걸 차마 짐작하지 못했다. 닿기 힘든 부러움이 될 거란 걸 헤아리지 못했다. 내 생각이 짧았다.

그 얘길 들여다봤다. 회사에 직원 수가 적어서, '연차'와 '월차'가 없단다. "좋으시겠어요. 우린 그런 것 없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걸 주는 것도, 빨간 날에 쉬게 하는 것도, 사장 마음이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어떨 땐 자정까지 쉼 없이 달리기만 한다고 했다. 말문이 막히고, 맘이 먹먹해졌다.

법을 들여다봤다.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없는 게 꽤 많았다. 법정 근로시간(1주 40시간)이 적용되지 않고, 연장근로 제한(1주 12시간)도 없다. 연차 휴가를 안 줘도 된단다. 부당해고 금지 의무도 없다.

스스로 노예 같다는, 어떤 직장인은 아파도 쉬면 불안하다고 했다. 대신 고생할 동료에게 미안하고, 일이 어그러질까 걱정된다고. 병원만 재빨리 들렀다가 결국 출근한단다. 대체 어떤 비정한 환경이기에, 버티다 어쩌지 못하고 아픈 것도 그들의 죄(罪)처럼 느껴지게 했을지.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밥을 먹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사는데, 누군가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 힘겹게 지내고 있다.



더 생각할 사람들


월급도, 퇴근 시간도 없이 육아하는 엄마들. 그들에게도 '땡땡이'가 간절히 필요할 거라 짐작한다./사진=뉴스1
월급도, 퇴근 시간도 없이 육아하는 엄마들. 그들에게도 '땡땡이'가 간절히 필요할 거라 짐작한다./사진=뉴스1

직장인은 아니더라도, 생각해야 할 이들도 있었다.

아이 엄마는 기사를 다 읽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댓글을 남기려니 울컥한다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마구 스쳐 지나간다고. 그러면서 "아이와 남편이 들어올 시간이라, 얼른 눈물을 숨겨야겠다"고 했다. 생전 처음, 엄마라 불리며 그 무게를 버티느라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그러려니'하고 넘기고 참았을지. 그 마음을 짐작했다.

다른 아이 엄마도 '온전한 휴식'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와 떨어져 보냈던 하루를 들려줬다. 직장인으로 치면 '땡땡이'랄까. 그런데 그날 아이 옷을 쇼핑하고, 아이들과 볼 영화 예매해놓고, 아이들 취향 음료를 사서 집에 왔단다. 눈에 밟혀 어쩌지 못하는 엄마 맘이었다.
직장인들이 지루해하는 그 직장이, 청년들에겐 간절한 꿈이기도 하다. 그들의 시간도 온전해지기를./사진=뉴스1
직장인들이 지루해하는 그 직장이, 청년들에겐 간절한 꿈이기도 하다. 그들의 시간도 온전해지기를./사진=뉴스1

취업준비생들 이야기도 들었다. 쉬어도 누가 뭐라 안 하는, 그 시간이 괴롭다고 했다. 짊어질 무게도 결과도 오롯이 스스로의 몫이다. 서류서 떨어지고 면접서 또 떨어져도, 맘 놓고 절망할 여유조차 없다. 자그마한 희망을 부여잡고, 깜깜하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단다. 누군가는 벗어나고 싶은 직장을,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그 삶을, 또 다른 누군가는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오늘 하루 행복하진 않을지라도, 너무 힘들진 않길. 얼굴도 모로는 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린다./사진=뉴스1
오늘 하루 행복하진 않을지라도, 너무 힘들진 않길. 얼굴도 모로는 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린다./사진=뉴스1
기사에 흔적으로 남은, 한 직장인의 댓글 하나가 기억난다.

"이 마라톤이 끝이 안 보이네요. 그래서 더 지치네요."

기계가 아닌, '사람'이 남긴 말이었다.



  • 남형도
    남형도 human@mt.co.kr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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