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중시하는 日, 124년 올림픽 전통 무시하나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모리 요시로 2020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 /사진=AFP.

하계올림픽 마지막 경기는 늘 마라톤이었다. 이는 폐막식이 열리는 날에 열려왔다. 하지만 내년 도쿄올림픽에서는 이러한 124년 전통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

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스즈키 나오미치 홋카이도 도지사와의 회담에서 마라톤 경기를 다른 날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리 위원장은 이에 대해 마라톤을 마지막 날에 실시할 경우 도핑 검사 등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고, 경기 후 선수들이 도쿄에서 열리는 폐막식에 늦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설명했다. 앞서 폭염으로 인한 선수들 건강 우려로 경기 장소를 홋카이도 삿포로로 바꾸면서 생긴 문제다.

현대 올림픽이 시작된 1896년 이래 남자 마라톤 경기는 항상 마지막 날에 개최됐다. 당초 마라톤은 기원전 490년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에서 그리스의 승전보를 알리기 위해 한 병사가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40km나 되는 거리를 달린 것이 그 기원이다. 올림픽 정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종목으로 여겨지며 이에 따라 폐막 직전 마지막 경기로 배정됐다. 마라톤 메달 시상식도 폐막식의 시작을 알리는 올림픽의 주요 행사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의 마라톤 경기 장소가 갑자기 변경되면서 오랜 전통도 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16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선수들의 건강을 우려해 마라톤과 경보 경기를 도쿄도가 아닌 삿포로에서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삿포로는 일본의 북쪽에 위치해 8월 낮 기온이 26.5도 정도로 도쿄보다 5~6도 낮다. 대회 기간인 7월24일부터 8월9일은 한여름으로 폭염 악영향이 계속 우려돼왔다. 도쿄도가 이에 반발하자 IOC는 이달 초 회의에서 도쿄도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삿포로 개최를 확정했다.

갑작스러운 장소 변경으로 개막 1년을 앞두고도 도쿄올림픽 마라톤 경기의 세부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모리 회장은 이날 삿포로 개최가 확정된 뒤 약 1주일 만에 현장을 처음 방문했다. 8일에는 실무자가 참가한 회의에서 경기 일정 및 코스 선정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보도에 따르면 조직위는 매년 8월 말 열리는 홋카이도 마라톤 코스를 활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발착지인 삿포로시 중심부의 오도리 공원에 관객석을 배치하지 않고 티켓도 판매하지 않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