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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광고 막으려는 SNS...트럼프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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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현 기자
  • 2019.11.1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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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푸는 국제부 기자들] 미 대선 1년여 앞두고 증가하는 인터넷 정치광고…IT기업들의 규제 여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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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TV 토론. /사진=로이터
정치광고 막으려는 SNS...트럼프는 웃는다
미국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016년 예상치 못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전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TV 광고보다는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공격적인 타깃광고를 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지층인 '샤이트럼프'를 결집하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또 다시 '결전의 날'이 다가오자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대선 후보들은 소셜미디어에 억대 광고비를 쏟아붓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에 따라 가짜뉴스 확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광고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기업 내부에서 일일이 정치광고의 진위 여부나 적절성을 판별하기는 어려운 만큼, 아예 모든 정치광고를 금지하거나 허위이든 아니든 '판별은 이용자의 몫'으로 그냥 내버려두거나. 둘 중 한 가지를 택하고 있습니다.



미국인 67%, SNS로 뉴스 봐...'팩트체크'는 누가 하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군견 사진. 그는 '우리들의 영웅!'이라며 IS 수장 알바그다디를 추격하는 데 큰 공을 세운 군견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사진을 올렸지만 이후 합성 사진임이 밝혀져 논란을 샀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군견 사진. 그는 '우리들의 영웅!'이라며 IS 수장 알바그다디를 추격하는 데 큰 공을 세운 군견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사진을 올렸지만 이후 합성 사진임이 밝혀져 논란을 샀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트위터는 오는 22일부터 모든 정치광고를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돈을 받고 정치 광고를 싣는 행위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겁니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확인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 너무 자세한 타깃 설정, 조작 영상 등 잠재적인 문제를 막기 위해 이번 조치를 취하게 됐다"면서 "인터넷상의 정치 광고는 표심에 영향을 줘 민주주의 구조에서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보다 전향적인 정치광고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구글도 뒤늦게 비슷한 대책을 내놓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구글은 모든 정치광고를 허용하던 기존 정책의 변경을 위해 내부 회의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바뀐 정책은 유튜브를 비롯한 구글의 모든 플랫폼에 적용됩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대응은 달랐습니다. 페이스북은 광고의 내용에 일절 개입하지 않고 정치광고를 계속 싣겠다는 입장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사람들은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직접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려고 하지만 모든 것을 우리의 생각대로 옳게 고치지도 못하고 그러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페이스북 직원 250명은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페이스북 임원들을 상대로 쓴 서한에서 "우리의 플랫폼을 무기로 만들 셈인가"라며 "잘못된 정보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항의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습니다. 특히 민주당 인사들의 비판이 거셌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미국인 절반 이상이 페이스북을 유일한 뉴스 자료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오보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수익 흐름을 우선시하는 것은 미국민에 대한 사회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속보: 마크 저커버그와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 지지' 공식선언"이라는 가짜 뉴스를 일부러 페이스북에 올려 페이스북에서 허위 사실이 너무 쉽게 퍼지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트럼프 트윗은 '유료 정치광고'가 아니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캡쳐
/사진=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캡쳐


하지만 정치광고를 모조리 금지한 트위터의 정책도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과연 이게 가짜뉴스를 막는 데 실효성이 있느냐는 의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지난달 15일까지 33개월간 올린 트윗은 1만1390개에 달합니다. 하루 평균 11~12개를 올린 셈입니다. 이렇게 매일 올라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전세계가 주목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정책이나 정부 방침, 자신의 정치적 견해 등을 수시로 올리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유료 광고를 잘 올리지 않습니다. 그냥 자신의 피드에 트윗을 올리기만 해도 실시간으로 전세계 6600만 팔로워들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이후 2020 대선 후보들의 트위터 광고비 지출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10위권 내에도 올라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트위터가 정치광고를 중단하면 팔로워가 이미 많은 현역 중진 의원들에게만 유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 의회 매체 더힐은 "이렇게 되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진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책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더욱 어려워진다"고 전했습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정치광고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트위터는 정치광고 금지 규정을 발표하면서 대선 후보 및 선거 관련 광고뿐 아니라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도 광고를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도 결국 우회적으로 후보자 광고를 만들 수 있는 꼼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위터는 광고의 성격에 따라 광고주들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공식적으로 246개의 정치 광고주(political advertisers)와 669개의 이슈 광고주(issue advertisers)가 있습니다. 공직후보자들과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등 정치 광고주들의 광고는 비교적 명확하게 '정치광고'로 분류될 수 있지만 이슈 광고주가 내는 광고는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트위터가 공식적으로 이슈 광고주로 분류한 단체에는 HBO와 같은 엔터테인먼트사에서부터 프리덤 하우스 같은 싱크탱크까지 다양합니다. 한 사안이 어떤 후보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정치적 이슈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일은 매우 모호한 일입니다.

정치광고 막으려는 SNS...트럼프는 웃는다

이 같은 상반된 결정의 배경은 각 기업에서 정치광고가 차지하는 매출액의 차이에 있습니다. 트위터는 지난해 미국 중간선거운동 기간에 거둔 정치광고 수입이 300만달러(약 34억85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내년 페이스북 정치광고 매출은 2억7900만달러(약 3240억)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한달간 트럼프 대통령 혼자 페이스북 광고에 쓴 돈만 500만달러에 달할 정도입니다. 일일 이용자가 트위터(3억명)의 5배가 넘는 페이스북에 정치광고비가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3000억원이 넘는 정치광고 매출을 버린다는 것은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으로서 쉽게 내리기 힘든 결정입니다. 페이스북에 광고가 몰릴수록 단가는 더욱 높아집니다. 정치단체 AAPI 빅토리펀드는 "보통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후원자의 이메일 주소가 한 건 등록될 때마다 5~9달러를 지불했지만 대선을 앞둔 지금은 279달러로 올랐다"며 페이스북 광고 단가가 20배 이상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페이스북 광고시스템이 광고주들끼리의 경매 입찰 방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광고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면 광고단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트위터와 구글이 정치광고 규제를 늘릴수록 페이스북에 광고가 몰려 광고 단가는 더욱 높아집니다. 페이스북이 정치광고를 무작정 규제하지 못하는 배경입니다.



"운동화 파는 것처럼 정치광고를 팔 수 있는 것인가"


/사진=AFP
/사진=AFP

"기술 회사들에게 정치광고는 홍보 메시지가 담긴 또 다른 큰 브랜드일뿐이었다. 수익창출의 관점에서 보니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은 코카콜라, 펩시와 다를 바 없었다."

구글 광고판매부에서 5년간 일했던 제프리 웹은 미 시사종합지 애틀란틱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구글에서 일하며 2014년 중간선거 관련 정치광고 판매도 담당했습니다.

제프리씨는 정치광고 판매나 일반 기업광고 판매가 같은 알고리즘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이용자가 토스트 기계를 사고 싶으면 계속해서 새로운 토스트 기계가 인터넷 상에 뜨는 것처럼, 디지털 광고 역시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해 계속 같은 관점의 광고에만 노출되게 한다는 것이죠.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운동화와 면도기를 파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정책과 정치 후보를 팔아도 되는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IT기업들의 광고 판매 과정을 좀 더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TV나 종이매체, 라디오 등과는 달리 인터넷 광고를 할 때 광고주가 누구인지 밝힐 필요가 없습니다. 광고를 낸 사람이 신뢰할만한지 아닌지 이용자들은 판별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2017년 미 의회에서는 '정직한 광고법(Honest Ads Act)'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IT 기업이 500달러가 넘는 정치 광고를 내보낼 때는 광고주가 누구인지 등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자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전통 매체와 소셜미디어, 기술기업이 힘을 합쳐 가짜 뉴스를 막자고 나섰습니다. 최근 어도비, 뉴욕타임스, 트위터는 '콘텐츠 진위 이니셔티브(CAI)'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인공지능(AI)으로 콘텐츠의 진위 여부를 자동으로 가려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게시물의 원 저작자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게 하는 표식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사진의 픽셀 등을 분석해 원본이 맞는지도 가려냅니다.

CAI는 향후 더 많은 미디어 기업들과 기술 기업이 합류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서 델 하비 트위터 글로벌 신뢰 및 안전 부문 부사장은 "모든 개인은 정보의 품질 및 미디어 독해력과 관련해 각자의 역할이 있다"며 이용자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판별하는 것처럼 복잡한 과제를 풀기 위해 미디어 생태계의 협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15일이면 트위터의 정치광고 판매금지 규정의 세부 내용이 발표됩니다. 트위터의 새 규정은 어떤 사람을 팔로우하느냐에 따라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이용자의 역할에 초점이 맞춰질지, 잘못된 광고를 선별하고 금지하는 미디어기업의 역할이 강조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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