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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불공정거래, 미제사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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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준상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 2019.11.11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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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상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 /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제공
1986년부터 1991년에 걸쳐 발생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은 대표적 장기 미제사건이었다. 지금은 범인이 밝혀졌지만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만든 이 사건은 김광림 연출의 '날 보러 와요'나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같이 무대와 스크린에도 올려졌다. 봉 감독은 "꼭 범인을 잡고 싶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에는 미제사건이란 있을 수 없다. 자본시장의 모든 거래는 시장감시위원회에 데이터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또 시장감시위원회에서는 최첨단 시스템을 이용해 모든 매매거래의 이상징후를 포착·분석하고 있다. 이렇게 포착된 불공정거래들은 신속히 금융위원회와 검찰에 이첩돼 제재를 받게 된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 같은 감시와 제재만으로는 투자자의 피해를 방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 불공정거래에 휩쓸리지 않는 것만이 피해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길이다. 이와 관련해 자본시장 감시과정에서 나타난 불공정거래의 특징 몇 가지를 제시해본다.

먼저 신규사업이나 자본조달과 관련해 허위 또는 과장된 공시로 주가를 부양시키는 경우가 많다. 최근 5년간 약 500여건이 공시번복·공시불이행·공시변경을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따라서 기업의 공시를 믿고 섣불리 투자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공시가 나중에 허위사실로 밝혀질 수도 있고, 당해 기업이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경우도 있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특히 불공정거래 세력들은 기업분석정보나 투자판단력이 취약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허위공시 등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유인하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재무구조와 지배구조가 취약한 이른바 한계기업에 투자할 때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계기업들은 불공정거래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특히 최대주주 변경이나 대규모 자금조달로 공시하는 경우 기업사냥형 불공정거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시장감시위원회가 감사의견거절 등이 발생한 72개 한계기업을 조사한 결과 26건의 불공정거래 의심 사례가 적발되기도 하였다.

아울러 시장감시위원회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한 종목에도 매우 유의해야 한다. 주가조작세력이 개입하면 주가가 급등한 후에 언제든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선거가 있는 만큼 다수의 테마주가 투자경고 종목에 지정되리라 예상되므로 유의해야 한다.

최근 들어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형태가 지능화, 복잡화하고 있다.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도 증가하고 있어 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우려도 나온다. 시장감시위원회는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공시, 지분정보 및 관련정보들을 보다 신속하고 통합적으로 관리·분석할 수 있도록 현재의 감시시스템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새롭게 발생하는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 등에 대한 분석모형, 기준 등도 정비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긴급·중대사건을 전담하는 조직을 설치 운영하고 금융위원회, 검찰 등 불공정거래 규제기관과 공조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법집행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

벼룩파리라는 곤충이 있다. 벼룩파리는 개미의 몸속에 알을 낳고, 부화한 벼룩파리 유충은 숙주의 영양분을 가로채며 기생하다가 최후에는 개미의 머리를 터뜨리며 나온다고 한다. 불공정거래는 이처럼 우리 자본시장에 기생하며, 결국은 벼룩파리처럼 자본시장의 신뢰를 깨뜨리고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불공정거래를 근절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장감시위원회는 이를 위해 자본시장의 CSI란 책임감을 갖고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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