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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좀 가고 싶어요"…세종시 장애인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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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형도 기자
  • 2019.11.1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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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건물 내 장애인 화장실 실태 기록…사용가능한 화장실 '지도'로 만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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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내 한 건물의 장애인 화장실. 테이프로 변기를 말아 놓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사진=김정수씨 블로그 '도와주세요 세종시'
문제: 세종시에 사는 휠체어 장애인의 필수 휴대품은?
보기 : ①커터칼 ②자름 집게 ③못 쓰는 신용카드 ④마스터 키 ⑤볼펜 한 자루 ⑥성인용 기저귀

보기엔 다소 의아한 이 문제는, 세종시 거주 지체장애인인 김정수씨가 만든 것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세종시에서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기 얼마나 힘든지 고발하기 위해 풍자한 것. 테이프로 변기를 돌돌 말았거나, 문을 잠궈놓는 등 사용률이 저조한 환경이라 '기저귀'를 차야한다고 자조하기도 했다. 세종시내 장애인 화장실의 실태는 대체 어떨까.

김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8개월 동안 세종시내 장애인 화장실 실태를 보고서로 만들었다. 그가 세종시 새롬동·나성동·다정동·도담동 등 건물 50여개를 돌며 장애인 화장실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이용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용하기 힘들게 해놓은 장애인 화장실./사진=김정수씨 블로그 '도와주세요 세종시'
이용하기 힘들게 해놓은 장애인 화장실./사진=김정수씨 블로그 '도와주세요 세종시'
새롬동 A 건물 화장실은 도어락이 걸려 있었고, B 건물 화장실은 "남녀 학생 6명이 흡연을 했다"는 이유로 폐쇄돼 있었다. C 건물 화장실은 청소도구 등으로 막혀 있어 아예 이용할 수 없었고, D 건물 화장실은 변기를 테이프로 돌돌 말아 놓아, 커터칼 없인 쓸 수 없게돼 있었다.

또 E 건물 화장실은 손잡이 위에 '사용중'이라고 표시돼 있고, '사용금지'라 붙어 있었으나 문을 열어보니 비어 있었다. F 건물 화장실은 '남자 화장실은 3층에 있다'는 안내에 따라 가봤더니, 그 곳엔 주차장만 있었다. G 건물엔 장애인 화장실에 자물쇠가 설치돼 있었다.
이용하기 힘들게 해놓은 장애인 화장실./사진=김정수씨 블로그 '도와주세요 세종시'
이용하기 힘들게 해놓은 장애인 화장실./사진=김정수씨 블로그 '도와주세요 세종시'
김씨는 세종시 공무원이 단속 도중 건물주에게 들었다던 말도 전했다. 해당 건물주는 "내 건물 내 맘대로 한다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라고 했단다. 또 다른 상가에서 김씨는 "지난번에 누가 장애인 화장실에 토해놔서 잠궜다"는 말도 들었다. 이에 그는 "저 앞 도로엔 접촉 사고가 났던데, 그 도로도 폐쇄시켜야겠네요"라고 답했다.
김정수씨가 만든 '장애인 화장실 지도'. 주요 번화가를 중심으로 정리했다./사진=김정수씨 블로그 '도와주세요 세종시'
김정수씨가 만든 '장애인 화장실 지도'. 주요 번화가를 중심으로 정리했다./사진=김정수씨 블로그 '도와주세요 세종시'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기 힘들었다. 이에 김씨는 아예 세종시내 '장애인 화장실 지도'를 만들었다. 그의 블로그인 '도와주세요 세종시'엔 세종시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화장실이 자세하게 표기돼 있다.

김씨는 "세종시 휠체어 장애인은 외출하기 몇 시간 전부터 물도 안 마신다. 화장실을 가급적 이용하지 말아야하니까"라며 "비위생적이어도 좋으니, 이용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 남형도
    남형도 human@mt.co.kr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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