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또 '긴축'…2% 성장 멀어진 이유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올해도 12조원 이상 대규모 통합재정수지 흑자가 예상된다. 올해 4년 만에 세수결손 우려가 커졌지만 만성적인 예산 이·불용 탓에 실제 재정 총지출이 예산계획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 이유다.

정부가 경기둔화에 대응하겠다며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동원하며 확장재정 의지를 다졌지만 실제론 균형재정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결국 사실상 '긴축'효과로 재정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연간 2% 성장률 달성조차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예산안에서 전망한 총수입 전망치는 전년대비 6.4% 증가한 476조4000억원이다. 추경을 포함한 총지출 475조4000억원(증가율 9.8%)을 감안하면 통합재정수지는 1조원 흑자다. 지난해엔 15조1000억원 흑자였다.

올해 1~9월 총수입은 359조5000억원, 총지출은 386조원으로 집계됐다. 총수입 진도율은 75.5%, 총지출 집행률은 81.2%다. 재정수지는 연간단위로 결산되는 만큼 실제 올해 통합재정수지는 4분기 총지출과 총수입에 따라 결정된다.

일단 총수입은 반도체 업황 불황 등의 여파로 법인세 등이 줄면서 소폭 세수결손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5년간(2011∼2018년) 연간 총수입에서 4분기 총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4.0%다. 이를 올해 연간 총수입 전망치에 대입해 단순 계산하면 올 4분기 예상치는 114조3000억원이다.


이를 1~9월 총수입과 더하면 473조8000억원이다. 예산안에서 전망한 연간 총수입보다 2조6000억원 적은 규모로, 진도율은 99.5%에 그친다. 법인세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4년 만에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탓이다.

하지만 총수입이 줄어들더라도 통합재정수지는 큰 폭의 흑자기조가 올해까지 이어진다. 예산을 편성해 놓고도 불가피한 사유로 다음 해로 이월되거나 아예 쓰지 못한 이·불용 재원이 발생하는 탓이다.

최근 3년간 총지출 예산 평균 420조원 중 16조원(3.8%)이 이·불용됐다. 정부는 이불용을 최소화해 총지출 집행률을 97% 이상(이·불용율 3% 미만)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경우 총지출은 계획보다 14조3000억원 적은 461조1000억원이다.

결국 세수결손과 이·불용을 감안하면 연간 통합재정수지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12조7000억원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정부 예상대로 '세수결손이 발생하지 않는다(진도율 100%)'고 가정하면 통합재정수지 흑자폭은 15조3000억원으로 더 커진다.

또 총수입이 정부 목표치를 채우더라도 이·불용이 최근 3년 평균수준으로 발생하면 통합재정수지 흑자는 19조1000억원까지 치솟는다.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세수가 1조원 이상 결손이 나고 재정을 100% 다 쓴다는 가정 아래서만 가능하다.

결국 그동안 정부는 경기둔화 대응 등을 이유로 추경을 편성하는 등 '확장재정'을 표방했지만 실제론 '긴축'에 가까운 '초균형재정'이 이뤄진 셈이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실제 매년 발생하는 예산 이불용을 감안하면 올해도 총지출이 예산안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에서 결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일부 세수결손이 나타난다고 해도 총지출이 제대로 집행관리되지 않은 탓에 사실상 '긴축재정' 효과가 나타난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