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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산 29만원' 알츠하이머 전두환의 '황제골프', 돈은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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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평화 기자
  • 2019.11.1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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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라운딩 현장 급습'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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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 라운딩 현장을 급습한 임재훈 정의당 부대표(왼쪽)가 스윙 중인 전씨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탁!'

안정적인 드라이버 스윙에 걸린 형광색 골프공이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가을하늘을 갈랐다. 포물선을 그린 공은 페어웨이 한가운데 잔디 위에 안착했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는 88세, 전두환씨가 친 공이다. 전씨는 11월 7일 낮 12시쯤 강원도 홍천 S골프장에서 호쾌한 드라이버샷을 선보였다.

정교함이 필요한 어프로치샷도 안정적이었다. 홀컵을 40~50m(미터) 정도 앞에 둔 전씨의 어프로치샷은 그린에 안착했다.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서울 서대문구 구의원)가 현장을 급습했지만 전씨는 자신의 플레이를 위해 공의 위치를 살펴봤다. 남자 동반자에게 퍼터를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이 동반자는 박지만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의 회사인 EG 로고가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임 부대표 일행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퍼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카트로 이동하는 전씨의 표정에선 아쉬움이 묻어났다. '골프광'으로 알려진 그의 골프에 대한 애착을 엿볼수 있는 장면이다.

전씨의 골프 라운딩 장면을 촬영하는 데 성공한 임 부대표는 1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전씨가 드라이버 티샷을 할 때 2번홀 언덕 밑에 숨어 공이 날아오는걸 지켜봤는데 멀리서 보면 절대 88세 노인이라고 볼 수 없을만큼 건강한 사람의 스윙이었다"며 "알츠하이머는 당연히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전두환의 라운딩, 임한솔의 코스공략=전씨가 골프장 코스 공략을 고민할 때 임 부대표도 나름의 전략을 짰다. 라운딩 경험이 없는 임 대표는 정장 차림으로 진입했지만 전씨에게 다가가기 전까지 골프장 측의 별다른 제지는 없었다.

출발지점에서 카트에 올라탄 전씨 일행을 지켜본 임 부대표 일행은 '우회로'를 택했다. 라운딩에 나서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골프장 내 코스를 이용할 순 없었다. 골프장 인근 주차장에 차를 대고 50m 정도 산을 올랐다. 2번홀 그린 근처에 잠복해 전씨가 1번홀을 마무리하고 오기를 기다렸다.

20여분 뒤, 임 대표 일행은 언덕에 숨어서 전씨의 드라이버샷을 지켜볼 수 있었다. 전씨와 곧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커졌다. 숨을 죽인 채 그린 주변으로 전씨가 다가서길 기다렸다. 결국 전씨의 샷 장면을 촬영하고 대화를 나누는 데 성공했다.

임 부대표는 여러 제보와 언론보도 등으로 전씨의 '패턴'을 파악했다. 전씨가 이날 라운딩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 자택 앞에서 잠복했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오전 9시23분 전씨를 태운 검정색 에쿠스 리무진 차량이 연희동에서 출발했다.

이 차는 1시간20여분 뒤 홍천 골프장에 도착했다. 골프장의 의전은 이례적이었다. 캐디들은 '90도 인사'를 했다. 골프장 직원 2명도 함께 인사했다. 전씨의 아내 이순자씨 등 10명 정도가 카트 두 대를 나눠타고 함께 이동했다. '황제골프'로 부를만 했다.

임 부대표는 "주변에서 주목을 안할래야 안할 수 없는 엄청난 위세였다"며 "수행인력까지 붙고 현직 대통령이 와서 골프를 치는 것 같은 의전이었다"고 설명했다.

◇"너 군대는 갔다 왔냐?"=전씨의 라운딩 현장을 급습한 임 부대표는 전씨와 10분 정도 시간을 함께 보냈다. 가까이 다가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광주학살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씨는 임 부대표에게 "너 군대는 갔다 왔냐"고 질문했다.

임 부대표는 "광주에서 발포 명령을 내린 실권자가 아니냐고 추궁하니 '네가 군체계에 대해 뭐 아느냐' 이런 뉘앙스로 한 말 같다"며 "무력을 동원한 쿠데타로 균 지휘체계를 망가뜨린 장본인인 전씨가 군체계에 대해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씨는 여전히 본인이 불법 무력 동원 쿠데타를 일으킨 것에는 일말의 반성이 없다"며 "그런 전씨가 감히 군체계를 입에 담을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재산 29만원' 전두환, 라운딩 비용은 누가?=전씨는 자신의 전재산이 29만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꼽히는 세금 고액·상습체납자면서도 갚을 돈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 날 라운딩 비용은 누가 지불했을까.

임 부대표는 골프장 관계자로 추정되는 동반자에게 "계산은 전두환씨가 하냐"고 두 번 물었다. 첫번째 질문에 관계자는 대답을 하지못했다. 재차 같은 질문을 하자 "나가 이 개XX아"라는 욕설이 돌아왔다.

임 부대표는 "전씨가 계산을 했다고 하면 재산이 없다는 사람이 돈이 어디서 났는지가 문제되고, 골프장에서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하면 본인에게 화살이 향할테니 대답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전씨의 아내 이순자씨의 욕설도 나왔다. 이씨는 다른 여성 동반자(골프장 관계자 아내로 추정)와 함께 앞 카트에서 라운딩을 즐기고 있었다. 임 부대표는 "부끄러운 줄 알라고 했더니 이순자씨가 심한 욕을 하면서 고성을 질렀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임 부대표를 쫓아낸 이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임 부대표가 멀어질 때까지도 크게 소리를 질렀다는 전언이다.

◇'서대문 구의원'의 소명=임 부대표는 지난해 서대문구 구의원으로 당선됐다. 정의당 후보로 세 번째 출마한 뒤 당선, 삼수에 성공했다.

그는 "입버릇처럼 31만 서대문구 구민을 잘 모시겠다고 하는데 전두환 이사람만큼은 자신이 지은 죄를 사과하지 않아 모실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씨가 죄값을 물게 하는 게 진보정당 최초로 서대문에서 당선된 제가 기꺼이 담당해야할 소명같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전씨 라운딩 영상을 촬영한 이유이기도 하다.

임 부대표는 구의원이 된 후 전씨의 세금 체납에 대한 공개적인 문제제기에 나섰다. 임 부대표는 "전씨는 세금 수십억원을 안내고 있는데 일반인이었으면 당장 가택수색을 받고 재산이 압류당했어야 하지만 징수팀에서 가택수사안한 것이 문제라며 전직 대통령의 특혜가 부당하다는 걸 지적했다"고 말했다.

임 부대표의 지적 이후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전씨 가택 수사에 나섰다. 재산도 일부 압류했다.

이후 전씨 라운딩 관련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씨 뒷팀에서 라운딩하던 사람 등의 제보였다. 임 부대표는 관련 정보를 모았다. 목격담 등을 듣고 패턴을 연구했다. 이번 라운딩 현장 급습은 첫 열매인 셈이다.

임 부대표가 정치인으로 활동한 건 10년이 넘었다. 17대 국회 고 노회찬 의원실 보좌관으로 국회에 발을 들였다. 19대 국회에선 심상전 정의당 원내대표(현 대표)와 함께 일했다. 임 부대표는 "맡은 바 일에 충실하겠다"며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지역구민이나 당의 요구가 있다면 피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서대문구 구의원)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서대문구 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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