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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서… '산소'를 음료로 마시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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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은 기자
  • 2019.1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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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그 나라 몽골 그리고 대기오염 ①] 세계보건기구(WHO)의 한해 평균 초미세먼지 권고기준 10㎍/m³… 몽골 울란바토르 겨울 초미세먼지 농도는 3320㎍/m³

[편집자주] 세계화 시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각 나라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나 국제뉴스를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 등을 국제정치와 각 나라의 역사, 문화 등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갑니다.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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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울란바토르 겨울 풍경. 2019.02.14 /사진=AFP
살기 위해서…  '산소'를 음료로 마시는 나라
최근 마음에 드는 타국 도시에서 한 달 간 거주해보는 '한 달 살기'가 유행이다. 타국 타지에서 한 달 간 현지인처럼 살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느껴보자는 취지인데, 대학생들이 방학 때, 프리랜서들이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신혼부부들이 퇴사 후 머리를 식힐 겸 가는 등 한 달 살기를 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한 달 살기로는 남미, 유럽, 아시아 등의 다양한 국가들이 인기인데, 이중 한국 대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청정 지역'으로 알려진 몽골을 찾곤 한다. 트립닷컴에 따르면 지난 여름 휴가기간(6월1일~10월31일) 한국인 여행객의 항공권 예약에서 울란바토르는 인기 여행지 9위로 집계됐을 정도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막상 울란바토르를 다녀온 이들 사이에선 볼멘 소리가 나온다. 미세먼지 가득한 한국의 텁텁한 공기를 피해 울란바토르를 갔는데, 오히려 한국보다도 공기질이 나빴다는 것이다.

'청정 지역'이란 별명이 무색하게도, 울란바토르는 전세계 손꼽히는 대기오염 도시로 꼽힌다. 대기오염 분석기관 에어비주얼의 '2018 세계 공기질 보고서'에 따르면 울란바토르는 지난해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58.5㎍/m³로, 한해 평균이 높은 수도 10개 안에 5위로 이름을 올렸다.

매년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대한민국 서울의 해당 수치가 23.3㎍/m³로 27위였다는 것과 △세계보건기구(WHO)의 한해 평균 초미세먼지 권고기준이 10㎍/m³ △안전기준이 25㎍/㎥ △매우 심각한 수준이 500㎍/㎥ 등이라는 걸 감안할 때 울란바토르의 수치가 얼마나 높은지 예상해볼 수 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는 각 가정마다 공기청정기가 필수품으로 인식된다. /사진=AFP<br />
몽골 울란바토르에서는 각 가정마다 공기청정기가 필수품으로 인식된다. /사진=AFP
그런데 문제는 이 수치에도 맹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5위'인 울란바토르는 △인도 뉴델리 △방글라데시 다카 △아프가니스탄 카불 △바레인 마나마 등에 비해 대기질이 좋아야하지만 실제로는 이들 도시들보다 훨씬 대기 질이 좋지 않은 도시로 평가받는다.

그 이유는 울란바토르의 '겨울' 때문이다. 울란바토르는 겨울에 대기질이 측정 불가능할 정도로 나빠진다. 2016년 겨울(1월)도 그랬다. 미국 타임지에 따르면 이달 초미세먼지 농도는 3320㎍/m³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3일 인도 뉴델리에서 초미세먼지 농도 900㎍/㎥를 넘겨 휴교령이 내려지고 여객기가 뉴델리를 피해 다른 도시에 착륙하는 등 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됐던 걸 고려할 때 울란바토르 겨울의 초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상상할 수 있다. 즉 울란바토르의 한해 평균 초미세먼지 수치가 전세계 5위로 높다고 나타났어도, 실제로 다른 계절엔 상대적으로 공기 질이 괜찮지만 겨울엔 전세계 최악의 공기질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울란바토르 전역의 호흡기 질병 발생률은 1만명당 2.7배 증가했고, 유산 발생률은 3.6배 증가했다. 사망자도 크게 늘었다. 매년 4000명의 울란바토르 시민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심혈관, 신경계 장애를 겪고 조기사망한다.

성인보다 두배 빠르게 호흡하고, 야외 활동이 더 많은 아이들의 경우 더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울란바토르 어린이의 50%는 대기오염 관련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대기 오염은 아동 폐 발달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유니세프와 몽골국립공중보건센터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울란바토르에 사는 어린이의 폐기능은 교외 지역에 거주하는 어린이 폐기능의 40%에 불과하다. 아동 중에서도 5세 미만의 영유아는 장기가 아직 발달하지 않아 더 취약한데, 폐렴은 몽골에서 5 세 미만 영유아 사망의 두번째 주요 원인이 됐다. 상황이 매년 심각해지자 유니세프 몽골은 이 상황을 '아동 건강 위기'로 명명했다.
몽골 울란바토르의 한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산소칵테일 관련 제품/사진=AFP
몽골 울란바토르의 한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산소칵테일 관련 제품/사진=AFP
6세 아동 알탄사가이는 NPR에 가슴을 가리키며 "(이젠 많이 나았지만) 아팠을 땐 이쪽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플 때 폐에서는 고양이가 (드릉거리는) 소리처럼 들렸다"고 덧붙였다. 부모들은 늘 자식 걱정에 마음을 졸인다. 알탄사가이의 부모 찬찰씨는 "시골에 데려가 알탄사가이를 쉬게 해서 겨우 낫게 했다"며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덕분에 울란바토르에선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이색 제품들이 날개 돋힌듯 팔려나간다. '산소칵테일'이나 '폐에 좋은 차' 등의 상품들이다.

'산소칵테일'은 일반 음료처럼 마시면 음료에 녹아있던 산소가 위를 거쳐 혈액을 통해 몸에 흡수될 수 있는 제품이다. 평상시에 폐에서 한 번에 혈액으로 공급되는 순수한 산소의 양은 약 0.25ℓ인데, 산소칵테일 한잔에는 약 3㎖의 산소가 녹아있다.

울란바토르의 쇼핑몰에는 약 2달러 정도 되는 '인생은 공기'(Life is Air)라는 이름의 '산소칵테일' 스프레이가 날개 돋힌듯 팔린다. 특수 빨대를 이용해 이 스프레이를 음료에 뿌리면 '부드럽고 달콤한' 산소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가게나 약국에서는 커피 머신처럼 생긴 기계에서 산소를 거품 형태로 추출해 판매한다. 1달러만 주면 산소 거품이 가득 찬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몽골 울란바토르의 한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산소칵테일 관련 제품/사진=AFP
몽골 울란바토르의 한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산소칵테일 관련 제품/사진=AFP
'산소칵테일'은 TV 등 대중광고 등을 통해 열렬히 홍보된다. 광고는 "'산소칵테일' 한 잔을 마시면 울창한 숲에서 3시간 동안 산책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면서 "산소를 음료 형태로 마시면 우리 몸에 더 빨리 흡수된다"고 했다. 물론 이는 과학적 사실과는 다르다. '산소칵테일'을 통한 산소 흡수는 매우 적은 양이며, 우리가 폐로 산소를 공급할 때보다 아주 느린 속도로 진행된다.

'폐에 좋은 차' 역시 마찬가지다. 업자들은 "허파 차는 우리 몸 속 독소를 다 빠져나가게 하고, 찻잎에 포함된 성분이 면역 시스템을 강화한다"고 광고한다. 물론 여기에도 아무 과학적 근거가 없다. 마리아 네이라 WHO 공중보건국장은 "대기오염으로 인해 생긴 폐와 심장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오염을 줄여야 해결할 수 있다"며 "오염에 노출되는 걸 막아야지, '산소칵테일'이나 '폐에 좋은 차'로는 아무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울란바토르는 왜 이렇게 심각한 대기오염 도시가 됐을까. 다음편에서는 '청정 울란바토르'가 대기오염 도시로 전락한 이유에 대해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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