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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21세기형 인재는 주관이 강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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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담 김택환 경기대교수 정리 홍세미 기자
  • 2019.11.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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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의 넥스트 월드&코리아]"스스로 일하는 방법 찾아 자기 스타일의 만남 가져야 창의성 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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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사진=더리더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의 인생은 한마디로 ‘인재 양성’이다. 정 전 수석은 1950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언어학과에 입학, 대학원 시절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경남 거창으로 내려가 고등학교 교사를 역임하고 거창 YMCA 창립 총무를 맡으며 시민운동 길에 들어섰다.

정 전 수석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연은 몇차례 있었다. 정 전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 인사보좌관을 역임했다. 인사수석 역할을 하는 인사보좌관은 참여정부 시절에 처음 만들어진 자리다. 노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첫 출마할 때와 대통령 선거 출마 때 정 전 수석에게 물었다. 왜 정 전 수석에게 물은 것 같냐는 질문에 “인연으로 묶여서 그런 것 같다”고 회상했다.

정 전 수석은 고향 광주로 내려가 인재를 기르기 위해 인재육성아카데미를 만들었다. 그는 늘 ‘인재 양성’을 고민한다. 후배를 키워 좋은 인재를 많이 만드는 것이 그의 삶의 철학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21세기형 인재는 기존에 없던 인재라고 설명했다. 그런 인재를 기를 수 있는 기관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때 인사수석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1985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노 전 변호사은 부산 YMCA 고문변호사였다. 한 번은 그가 버스 두 대를 빌려서 노동자 70명 정도를 모시고 거창으로 왔다. 노동자가 일만 하는 기계가 아니고 나들이도 가고 화려강산도 보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거창으로 와서 나에게 특강을 부탁했다. 당시 ‘한국 농촌의 현실과 앞으로의 과제’라는 제목으로 한 시간 동안 강의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노 전 변호사를 처음 봤다. 첫인상이 참 겸손했다. 70여 명 노동자의 경비도 대주고, 힘든 일이 있으면 돈도 빌려준 듯했다. 그런데도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공손하게 인사했다. 참 훌륭한 인품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이 깊었다. ‘저런 사람이 다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을 보는 눈도 좋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후로는 터울 없이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총선에 출마할 때 물어봤다고
▶1988년에 노 전 변호사가 나에게 전화해 “김영삼 총재가 나보고 총선에 나가라고 합니다. 나갈까요?”라고 묻더라. “누구랑 붙을 것 같냐”고 했더니 허삼수 전 의원이랑 붙는다고 했다. 그래서 “나가서 승리하고 오라”고 답했다. 결국 노 전 변호사가 총선에 나가서 당선됐다. 그때 인연이 더 깊어진 것 같다. 당선된 이후 물어봤다. 왜 선거에 나갈지 말지를 나에게 물어봤느냐고. 그랬더니 노 전 변호사가 “나도 모르겠다, 당신은 부산에 뭐도 없고 선거 자금을 대줄 것도 아닌데 그냥 전화했다”고 말하더라.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인연으로 묶여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 다음에는 3당 합당에 따라가지 않고 꼬마민주당을 창당했다. 그 뒤로 선거에서 계속 낙선했다. 떨어질 때마다 광주에 방문했다. 광주 YMCA에서 특강을 하기도 했다. 노 전 변호사는 왜 정치에 지역 구도가 생겼고 이게 어떤 폐해가 있는지에 대해 강의했다. 강의가 끝나면 막걸리 한잔 하기도 했다. 한번은 “청와대에 들어가보려고 합니다”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그러시라”고 했다. 그 뒤로 진짜 입성했다. 그러더니 같이 일하자고 하더라. “무슨 일입니까”라고 물었더니 “인사보좌관입니다”라고 답했다. 정부의 인사보좌관은 최초로 생긴 자리다. ‘대통령과 함께 정부의 500요직을 임명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과 나의 인연이 한층 더 두터워진 계기다.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인사수석을 지냈는지
▶대통령이 나에게 당부한 점이 있다. “내가 정 인사보좌관을 발견한 것처럼 흙 속에 있는 진주를 캐오시오”라는 것이다. 이게 나에게 주어진 미션이었다. 이미 드러나 있는 사람 말고 진주인데 묻혀 있는 사람을 구하라는 것이다. 전국을 돌면서 사람을 많이 만났다. 토론회도 개최하고 정부 내에서도 2급, 3급 공무원들에게 교육을 시켰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그들의 업무를 교류하게 한 것이다. 교육부에 있는 사람을 재경부로 발령했다. ‘앞으로 더 다양한 일을 하려면 다른 부서 일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업무 교류를 제도화했다. 처음에는 반발이 심했다. 부처 간 인사교류가 낯선 것이다. 굉장히 크게 도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국에 있는 흙 속에 있는 진주 발견은 그런 즐거움이 있었다.

-참여정부 때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현재 대통령과는 어떤 일화가 있나
▶문 대통령의 성심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착하다. 꼼꼼하고 세심하다. 나는 좀 덜렁대고 대충 하는 게 있다. 그런 게 잘 맞지 않기도 했다. 20개월을 넘게 같이 근무하면서 견해 차이가 있을 때는 다투기도 했다. 그런데 단 한 번도 감정적인 다툼이 없었다. 인사 결정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게 전혀 정파적이거나 편 가르기가 아니었다. 이익을 좇지도, 정파를 나누지도 않는 그런 특징이 있는 분이다.

기억에 남는 게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소개할 때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말했다. ‘저 사람이 내 친구가 아니고, 내가 저 사람의 친구’라는 의미다. 문재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문 대통령을 신뢰하고 믿었다. 문 대통령도 그런 신뢰에 대해 값을 다 했다고 본다. 사실 (문 대통령이)처음에는 정치를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선거 나가라고 해도 네팔로 가고 그러지 않았나. 그러나 대통령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아무리 하기 싫고 도망가도 소용없다. 붙잡혀와서 일을 하게 됐고 그 결과 대통령을 할 수 있었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오른)과 김택환 경기대 교수(왼)/사진=더리더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오른)과 김택환 경기대 교수(왼)/사진=더리더
4차산업에 맞는 인재, ‘기존에 없는 창의력’ 가져야


-고향으로 내려가 인재개발아카데미를 만들었고 이사장을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왜 고향에 내려가서 인재를 기르는 데 힘쓰나
▶조선시대에 선비로 불리는 분들도 그렇게 했다. 이를테면 퇴계 이황은 나라를 위해 벼슬을 하고 고향 경상북도 안동에 내려가 도산서원을 설립해 인재를 기르고 가르쳤다. 그분과 거의 동시대에 사셨던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 선생은 전남 필암리에 필암서원이라는 교육시설을 만들었다. 이분들은 재산이 많은 지주다. 자신의 재산을 상당 부분 사람 키우는 일에 투자했다. 굉장히 훌륭한 업적을 세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대에 선비로 기억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스스로 선비의 길을 가야겠다고 늘 마음먹고 산다. 그런 철학을 바탕으로 고향으로 내려갔다. 동네를 둘러보니 키워야 할 인재가 많아 인재개발아카데미를 만들었다.

-현대기아차 그룹 인재개발원장을 역임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의 인연은 어떻게 되나
▶정 회장과 나는 2006년 여수엑스포 유치 위원회에서 인연을 맺었다. 내가 상임부위원장이었고 정 회장은 명예위원장이었다. 그분이 세계를 돌면서 각 나라마다 한국의 여수 엑스포가 개최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정 회장이 말하는 게 다소 어눌하다. 그래서 나를 데려갔다. 거의 30~40일 정도 같이 세계 50개국을 돌았다. 그러다 보니 정이 들었다.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하자면 정 회장의 집은 새벽 4시마다 회의를 한다. 집안 전통이라고 한다. 아무리 전날 술을 많이 마셔도 4시에 모이라고 한다. 정 회장은 새벽에 해장 술을 한다. 전통이라고 한다. 정 회장과 새벽 해장 술을 마시며 ‘아주 맛있다’고 흥을 돋웠다. 정 회장과 가까워진 계기 중 하나라고 본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다른 대기업들보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던 차였다. 내가 그 회사의 필요성에 부합했던 듯하다. 현대 인재개발원에서 1년 일했다. 정 회장은 사람을 키우는 데 강한 열정이 있다. 개발원에서는 신입직원, 승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21세기도 인사가 만사다. 21세기형 인재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나
▶창의적이어야 한다. 그걸 나의 방식대로 말하자면 ‘자기 주관’이 강해야 한다. 이미 어느 정도 꿈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하자는 대로 해서는 안 된다. 자기 생각대로 해야 한다. 일을 하는 방법도 스스로 찾아야 하고 사람들과 사귀는 것도 자기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을 갖춰야 창의성이 발달한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재 양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교육혁명에 대한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의 교육 혁명 방향은 어디라고 보나
▶정량화된 인재, 어디서나 나올 수 있는 우수한 사람은 많다. 차별화돼야 한다. 프랑스에 에콜42(E'cole42)라는 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무(無)교수, 무(無)교재, 무(無)학비로 운영된다. 3무정책으로 학교가 운영되는데 이 학교는 어떤 학교를 벤치마킹하지 않았다. 학교의 콘셉트를 정하고 외길 인생을 걷는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런 학교가 많아져야 한다. 가령 서울대학교나 연세대, 고려대를 본받는 학교는 안 된다. 독창적이고 우리나라만 가질 수 있는 학교가 나와야 한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한전 공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인재양성을 한평생 업으로 삼아온 사람으로서 한전 공대가 나아가야 할 길은 어디라고 생각하나
▶한전공대도 울산공대나 포항공대를 본떠서는 안 된다. 미국의 MIT를 흉내 내서도 안 된다. 그 대학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함이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감당할 사람들을 키우는 것 아닌가. 하던 대로, 있던 대로 하는 것은 결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없다. 격을 깨뜨리는 교육을 하는 공대가 돼야 할 것이다. 독특한 커리큘럼, 교수, 그런 창조적인 대학이 돼야 한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사진=더리더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사진=더리더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정의’다. 왜 이렇게 정했는지

▶나는 내가 삐뚤게 살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늘 다짐하는 것이 ‘역사에 죄짓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쁜 짓은 안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있다. 다른 후배들에게도 이렇게 살 것을 강조한다. 반듯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정의’를 생각하면서 가르쳤던 것 같다.

-대한민국이 부강하고 행복한 나라로 가기 위해 미래 100년을 위한 어떤 혁신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가 국토는 좁고 자원은 부족하다. 좁은 국토가 절반으로 남북이 갈려 있다. 참 어려운 상황이다. 6.25때 폐허가 됐는데 우리나라 백성의 독특한 기질로 여기까지 왔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부추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100년을 향해 가려면 바다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작은 땅덩이에서만 살았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그곳에 집중해야 한다. 바닷속에는 어마어마한 자원이 있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배로 인한 관광, 교류, 물류, 어류, 해저지하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향후 인생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
▶앞으로는 여행학교를 만들고 싶다. 지금 여러 사람에게 권유하고 있다. 우선 광주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무등산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 많다. 서울에 있는 사람들도 명소 북악산이나 경복궁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 많다. 그렇게 전국 곳곳에 있는 명소를 다니는 학교다. 또 더 나아가 국내 여행뿐 아니라 북미나 남미를 돌거나 칠레나 알프스, 브라질 등 우리가 전혀 체험해보지 못한 세상에 가보는 것이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 수석
서울대학교 언어학 학사 졸업
거창고등학교 교사
거창 YMCA 총무
광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비서관
여수엑스포 유치위원회 상임부위원장
외교통상부 대외직명대사
현대기아차 그룹 인재개발원장
서남해안 포럼 상임대표
자동차산업밸리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서정대학교 겸임교수
인재육성아카데미 명예이사장
물 포럼 코리아 이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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