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 앞두고 페북 재개한 조국, 왜?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19.10.24. [email protected]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구속기소 소식이 전해진 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14일 장관 사퇴문을 올린 후 약 한 달만이다.


조 전 장관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내가 기소됐다"며 "이제 아내 사건은 재판을 통하여 책임이 가려지게 될 것"이라고 썼다. 이어 "개인적으로 만감이 교차하고 침통하다"며 "전직 민정수석이자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을 초래한 점도 죄송하다"고 적었다.

조 전장관은 "장관 재직시 가족 수사에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았다"며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감당해보려 했지만, 가족과 지인들을 대상으로 전개되는 전방위적 수사 앞에서 가족의 안위를 챙기기 위해 물러남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제 가족 관련 사건이 검찰개혁을 중단하거나 지연시키는 구실이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썼다.

조만간 이뤄질 자신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와 향후 재판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조 전장관은 "저도 조만간 검찰 조사를 받을 것"이라며 "저의 모든 것이 의심받을 것이고, 제가 알지 못했거나 기억하지 못 하는 일로 인해 곤욕을 치를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혐의일지는 모르나 저에 대한 기소는 이미 예정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그 경우 저에 대한 혐의 역시 재판을 통해 진실이 가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구속기소 소식이 전해진 후 SNS에 입장을 밝혔다. /사진=조국 전장관 페이스북 캡처

조 전장관이 SNS에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지난달 14일 법무부 장관 사퇴문을 공유한 이후 처음이다. 당시 조 전장관은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법무부 장관 사퇴 소회를 밝혔다. 조 전장관은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다"라고 SNS에 썼다.

조 전 장관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SNS에 글을 올린 것은 본격적인 조사 전에 국민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알릴 기회를 갖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장관 재직 시절에는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부처 조직을 통해 해명이 가능했지만 야인 신분인 현재는 대중과의 소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소환이 이뤄지고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면 SNS를 통해 자신의 입장과 해명을 알리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자신이 언급했듯 조 전 장관에 대한 소환 조사는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14개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하면서 범죄 혐의를 기록한 공소장에 조 전 장관의 이름을 함께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공범으로 적시하진 않았지만 조 전 장관 역시 범죄 공모 여부에 대해 검찰 소환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정치 분석가는 "조 전 장관의 페북글을 보면 (소환에 대비해) 당위적인 것보다 법적으로 실질적 준비를 하겠다는 의미가 읽힌다"면서 "(페이스북 내용 중) '기억하지 못하는 일로 인해'라는 구절이 있는데 '내가 안 한 일로 인하여'라는 구절은 없다. 둘은 묘하게 다른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 전 장관은 서울대 교수 시절은 물론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에도 SNS에 적극적으로 글을 올려왔다. 일반 시민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앙가주망'(지식인의 사회 참여를 뜻하는 프랑스 말)이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정제되지 않은 표현과 지나치게 많은 포스팅에 대한 비판이 공존했다. 지난 9월 9일 법무부 장관에 임명 이후에도 SNS를 통해 검찰개혁 추진 현황 등을 적극 알려왔다. 하지만 법무 장관 사퇴시 사퇴문을 올린 후 이날 이전까지 약 한달간은 글을 게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