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새 재판부, "전 국민이 지켜봐…사회적 참사, 진지한 성찰 필요" 당부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과 관련해 '가습기메이트'를 유통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자 가습기살균제 피해 가족이 구속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4.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체에 유해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를 받는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의 재판을 맡은 새 재판부가 피고인들을 향해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참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깔고 법리적 공방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12일 오전 10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 13명에 대한 1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번 공판은 재판부 재배당 후 열린 첫 공판이다.


안 전 대표는 재임 기간 중인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을 원료로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홍 전 대표도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사용해 가습기 메이트 제품을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을 향해 "이 사건은 어마어마한 사회적 참사로 피고인들 뿐 아니라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며 "이 재판에서 지나치게 법기술적으로 접근하면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릴테니 참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바탕에 깔고 법리적 공방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중요사건으로 지정돼 있어 재판 준비 시간을 원하는 대로 드리기는 어렵다"면서 "앞으로 매주 화요일 재판을 진행하고 가능하면 4~5월에는 일주일에 두번씩이라도 진행해 내년 상반기 중에는 끝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각 피고인들에게 공소사실에 대한 기본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히도록 했다. 안 전 대표 측은 검찰의 주장과 달리, 제조업체인 SK케미칼과 달리 애경산업은 판매자일 뿐이고 옥시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공동정범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안 전 대표 측 변호인은 "검찰은 공동제조자로 기소했으나 애경산업은 판매자로서 제조업체인 SK케미칼을 전적으로 신뢰했을 뿐 판매자로서 필요한 주의의무는 다 했다"면서 "검찰은 이 사건을 옥시계열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적시했으나 두 업체 제품은 성분 자체도 다르고 경쟁관계에 있어 공동목표를 세웠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반박했다.

일부 피고인 측은 검찰이 공소시효 만료를 회피하기 위해 두 사건을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설정하는 등 '공소권 남용'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과실범의 공동정범 인정 여부는 재판부 역시 무겁게 인식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므로 법리적 공방을 계속하자"며 검찰에 법리 보강을 요구했다.

한편 이번 재판은 지난달 7일 13차 공판 이후 재판부를 바꿔 약 한달만에 재개됐다. 이 사건을 심리하던 같은 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의 요청에 서울중앙지법이 재판부를 재배당했다.

하지만 이번 재배당은 피고인들의 기피신청과 무관하다는게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안 전 대표 등 6명은 정 부장판사의 남편인 황필규 변호사가 현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비상임위원인 점을 지적하며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취지로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지만 지난달 31일 각하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