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5년째, 쓰러지는 日 지방은행

SBI홀딩스 로고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에 돌입한 지 5년째다. 위험 자산 운용에 소극적인 지방은행들은 주수입인 국채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터넷 기반의 비전통적인 금융그룹인 SBI홀딩스는 위기에 몰린 지방은행과 손을 잡고 기존의 빅3 대형은행에 버금가는 '제4의 메가뱅크'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1일 니혼게자이신문, 산케이비즈니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SBI홀딩스는 지방은행인 후쿠시마은행에 약 11억엔 출자해 주요 주주가 될 예정이다. 지분 약 20%(의결권 기준)를 갖는 주요 주주가 된다. 지분법 적용 회사는 아니지만 SBI홀딩스는 앞으로 후쿠시마은행에 이사를 파견할 방침이다.

SBI홀딩스는 지난 9월에도 산하의 펀드와 함께 지방은행인 시마네은행에 총 25억엔을 출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마네은행의 지분 34%를 취득한다. 저출산, 고령화와 마이너스 금리 장기화로 지방은행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어, SBI홀딩스의 지방은행 출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SBI홀딩스에 따르면 이미 은행 약 10곳에서 문의가 있었다고 한다. SBI홀딩스는 앞으로도 여러 지방은행과 연계해 시스템 및 시장 운용을 일괄 지원하는 '지방은행 연합'을 만들 계획이다.

지방은행들이 SBI홀딩스에 손을 내밀게 된 것은 2014년 10월31일에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영향이 크다. 국채를 중심으로 예금을 운용하는 지방은행에게 마이너스 금리는 수익의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최근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는 -0.08% 수준이다. 대형은행의 경우 위험 자산 운용으로 수익을 높일 수 있지만 오랫동안 장기 안전 자산을 주로 굴려온 지방은행은 금융환경 변화에 손실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 전국은행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은행들의 국채의 보유잔고는 전년 대비 18% 감소했지만, 여전히 18조9002억엔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국채로 운용하고 있다. 지방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 중 국채의 비중은 약 30%이며, 기타 채권까지 범위를 넓히면 유가증권에서 점하는 채권의 비율은 66.8%까지 올라간다. 시중은행의 53.7%와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다.

수익성이 궁지에 몰리자 이익을 먼저 회계에 반영하고 손실 확정을 늦추는 꼼수로 실적을 조작하려고 한 금융기관도 나타났다. 올해 3월에 일본 금융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 금융기관은 증시가 상승하면 가격이 오르는 주식형 펀드와 증시가 하락할 때 수익이 발생하는 인버스형 펀드를 동시에 같은 금액으로 구입했다. 이후 이익이 난 펀드를 먼저 매각해 회계에 계상하고 손실이 난 펀드는 처리를 미뤘다. 그러나 이러한 회계처리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언젠가는 손실을 계상해야 하는 시기가 오기 때문이다.

SBI홀딩스는 물론 망가진 은행을 '구제'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경제적으로 비합리적인 출자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SBI홀딩스는 지방은행과 연계하면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BI홀딩스의 주요 자회사는 SBI증권, SBI인터넷은행, SBI인베스트먼트 등 우리나라 키움증권처럼 지점이 거의 없는 금융회사들이다. SBI홀딩스는 지방은행이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우량 기업, 부유층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또 시스템 개발에 뒤처졌던 지방은행들의 디지털화에 힘을 기울인다. SBI홀딩스는 시마네은행의 실적이 1년~1년반 안에 V자 회복을 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일본 은행업계와 금융당국은 SBI홀딩스의 계획을 환영하는 모습이다. 한 일본 대형은행 관계자는 "SBI그룹은 시스템이나 디지털화에 공격적"이라며 "이는 금융 기관의 존재 방식에 관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금융청 고위관계자도 "시마네은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새로운 지방은행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