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해가 뜬다…KDI "韓 내년 경제성장률 2.3%"

/자료=KDI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 수출규제 같은 악조건 탓에 어려움을 겪은 한국 경제가 내년에는 다소 나아질 것이란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불러왔던 소비자물가와 민간 소비심리도 살아나고, 전세계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올해 내내 가시밭길을 걸어온 수출도 회복세에 접어든다.


13일 'KDI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한국 경제는 내수와 수출 모두 개선되면서 올해 전망치인 2.0%보다 높은 2.3%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내년에 신흥국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개선세에 접어들며 3.4% 성장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우선 내수가 올해보다 개선된다. 내년 민간 소비는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올해(1.9%)보다 0.2%p(포인트) 높은 2.1%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7.0%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설비투자는 내년에 수출 회복과 함께 반등해 8.0%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건설투자는 주택착공 감소에 따라 내년에도 감소세가 이어지지만 올해보다는 1.0%p 개선된 3.1%의 감소율을 보일 전망이다.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수출도 내년부터 살아날 기미가 보인다. 수출은 신흥국의 투자수요 확대가 상품수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내년에 물량 기준 3.2%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0.6% 줄어든 수입도 내년에는 3.9% 증가할 전망이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내년에 유가하락 등으로 석유제품 단가가 떨어지는 마이너스 요인도 있지만, 올해 가장 큰 수출 감소요인이던 반도체 단가 하락의 기저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량 기준 외에 금액기준으로도 4.0%의 수출 증가율 달성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상품수지는 수출과 수입이 모두 확대되면서 올해(787억달러)와 비슷한 767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본원·이전소득수지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유지되면서 올해(-203억달러)보다 축소된 179억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는 올해(575억달러)와 유사한 589억달러 흑자로 예상된다.

꾸준히 디플레이션 우려를 불러온 소비자물가는 민간소비 증가세에 힘입어 올해보다 0.2%p 높은 0.6% 상승할 전망이다. 비록 올해보다는 개선되지만 무상교육 확대 등 정부정책의 영향으로 물가안정목표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근원물가는 올해와 같은 0.7%의 상승률이 예상된다.

완만한 경제성장세와 일자리정책에 힘입어 실업률은 올해(3.8%)보다 낮은 3.5%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꾸준한 경기 개선과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15~64세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부정적 영향을 완충하면서 취업자는 20만명 초반대의 증가폭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 등 여전히 남아있는 대외 리스크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경우 회복 속도가 느려질 우려도 존재한다. 반면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회복된다면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세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해 실질금리가 올라가면 내수의 개선을 제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성태 실장은 "정부가 내년에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비율이 늘어나지만 단기적 경기대응의 결과이므로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반 마련, 저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완화적 기조의 통화정책 운용, 생산성 높은 부문으로 물적·인적자원이 이동할 수 있도록 기업의 진출입이 보다 수월해지는 방향의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