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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쁜 기억은 오래 갈까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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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진영 인턴
  • 2019.11.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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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쏙쏙]나쁜 기억일수록 오래 저장돼 되풀이하지 하지 않도록 경고…객관적으로 보기·적당한 운동 등 잊는데 도움

[편집자주] 하루하루 쌓여가는 스트레스와 피로, 당신의 건강은 안녕하신가요? 머니투데이가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알짜배기 내용들만 쏙쏙 뽑아, 하루 한번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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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 인 블랙'에 나오는 기억소거기. / 사진 = 영화 맨 인 블랙
'맨 인 블랙(Men in Black·1997)'은 지구에 거주하는 외계인들을 숨기기 위한 비밀 조직을 다룬 영화다. 97년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한 이 영화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것은 주인공이 들고 다니는 기억 소거장치 '뉴럴라이저(Neuralyzer)'다. 주인공은 이 장치를 들고 다니며 외계인을 보거나 자신들과 조우한 사람들의 기억을 지워 외계인과 조직을 감추는 일을 맡고 있다.

때때로 이 뉴럴라이저는 우리들 일상에도 필요해 보인다.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나쁜 기억, 회사서 일을 실수해 혼났던 기억이나 사이가 나쁜 친구와 싸웠던 그 기억은 이제 그만 머릿속을 떠났으면 좋겠는데, 이상하게도 몰아내려고 할 수록 머릿속에 더 강하게 남는다. 자기 전 머릿속을 스치고 가는 '이불킥'하게 만드는 그 나쁜 기억. 어떻게 내보낼 수 있을까.



나쁜 기억이 머릿속에 오래 남는 이유는…생존가능성 높이기 위한 '공포 학습'




뇌의 안 좋은 기억을 전담하는 해마(Hippocampus) / 사진 = 베리웰마인드(Verywellmind)
뇌의 안 좋은 기억을 전담하는 해마(Hippocampus) / 사진 = 베리웰마인드(Verywellmind)


'나쁜 기억'이 오래 저장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억이 가장 중요한 정보여서다.

뇌의 '나쁜 기억'을 전담하는 기관은 '기억 공장'이라고 불리우는 해마(Hippocampus)라는 기관이다. 해마 내에서도 편도체(Amygdala)가 공포와 같은 강한 감정에 관여하는데, 만약 편도체가 손상될 경우 공포와 관련된 감정을 아예 느끼지 못하게 된다.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진의 한 실험에서는 편도체가 손상된 한 여인은 뱀이나 거미, 귀신 등을 봐도 시큰둥했으며 공포 영화를 보더라도 웃음을 터뜨렸다.

석기 시대에서부터 인간의 뇌가 학습해 온 것은 '독을 가진 뱀'이나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호랑이', 혹은 '화려하지만 먹으면 죽는 꽃'과 같은 공포의 기억이다. 기억의 종류에는 장기 기억과 단기 기억이 있는데, 인간은 좋은 기억이 아닌 나쁜 기억을 장기 기억하도록 진화했다. 오래 기억해야만 무서운 주변 환경을 학습하고 다시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의 뇌가 나쁜 기억을 반복 재생해 주는 것도 '다시는 그 기억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뇌의 배려다. 나쁜 기억은 대부분 자신의 생존(혹은 해고)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나쁜 기억을 빨리 잊고 같은 실수를 또 저지르게 된다면 생존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쁜 기억을 제 3자 입장에서 바라보기…우스운 기억으로 바꾸는 '앵커링 기법'도 도움돼




나쁜 기억을 잊고 싶을 때는 '제 3자 입장'에서 회상하는 것이 도움된다. / 사진 = jeweldavid ministries
나쁜 기억을 잊고 싶을 때는 '제 3자 입장'에서 회상하는 것이 도움된다. / 사진 = jeweldavid ministries


미국 버클리 대학교의 오즐렘 에이덕(Ozlem Ayduk)박사는 힘든 경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 가지 실험을 수행했다.

에이덕 박사는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가장 힘들고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한 다음, 한 그룹에게는 그 때 당시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라고 주문했으며 다른 그룹에게는 '자신이 벽에 붙은 파리라고 생각하고 '당시 기억을 떠올리라고 이야기했다. 그 후 에이덕 박사는 두 그룹의 심박 수·혈압·스트레스 정도 등을 비교했는데, 놀랍게도 자신이 파리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스트레스 정도가 그냥 기억을 떠올린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심지어 이 '파리'들은 "이 힘든 경험을 통해 좋은 교훈을 얻었다"라고까지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험이 의미하는 것은 나쁜 기억을 떠올릴 때, 자신의 실수가 아닌 타인의 실수인 것처럼 바라본다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쁜 기억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심리학에서는 이같은 기법을 '자신과 거리 두기(Self Distanced)'라고 부르는데, 힘든 기억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심리치료사들이 사용하는 기법이다.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증을 고칠 때에도 자신을 객관화해 제 3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은 환자의 불안감을 낮춰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당시 기억을 우스운 것으로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상사에게 혼나던 중, 상사의 눈에 눈곱이 꼈다거나 이 사이에 큼지막한 고춧가루가 끼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혼나는 나쁜 기억의 사이에 '눈곱'과 '고춧가루'라는 우스운 기억이 끼어 등장하는데, 그것만으로도 나쁜 기억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를 '앵커링(Anchoring·배의 닻)'기법이라고 부르는데, 의도적으로 특정 신호를 사용해 긍정적 감정을 불러오는 심리 치료 기법이다. 이 때에 사용되는 것은 시각·촉각·청각 등을 사용한 '트리거(Trigger·총의 방아쇠)'로, 트리거를 사용하면 마치 방아쇠를 당기듯 긍정적 반응이라는 총알이 발사된다는 데에서 이름붙여졌다. 나쁜 기억 사이사이에 끼워 넣는 '상사의 눈곱'같은 작은 긍정적 트리거만으로도 부정적 감정을 완화하고 별 것 아닌 것으로 인식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장 좋은 '나쁜 기억 지우개'는 가벼운 운동…강박적으로 운동하면 오히려 스트레스 쌓여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도심 일대에서 머니투데이,현대자동차 주최로 열린 '2019 아이오닉 롱기스트런'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도심 일대에서 머니투데이,현대자동차 주최로 열린 '2019 아이오닉 롱기스트런'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나쁜 기억을 지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으로 땀을 흘리는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캐서린 에이커스 박사 연구팀은 공포의 기억과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쥐들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는 등 '공포'를 학습시켰으며, 학습시킨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쳇바퀴를 뛰게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 쳇바퀴에서 운동한 쥐들은 성체 신경세포 생성이 증가해 공포의 기억이 감소했지만, 운동하지 않은 쥐들은 여전히 공포에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장기기억으로 저장된 나쁜 기억으로 고통받을 때, 적당한 양의 운동이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운동을 할 경우에는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뇌 단백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과 아드레날린(Adrenaline)이 감소해 불안감 해소에도 효과적이며,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세로토닌과 베타-엔돌핀의 분비가 증가해 나쁜 기억을 몰아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강박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악영향을 미쳐 스트레스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나쁜 기억이 떠올랐을 때 2~30분 정도의 가벼운 운동으로 땀을 흘리되, 운동할 때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조깅이나 가벼운 체조,줄넘기 등 체력 소모가 심하지 않은 운동이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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