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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새롭게 설계 중인 경찰 수사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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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갑룡 경찰청 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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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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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 경찰청장

몇 년 전부터 주방이 통유리로 되어 밖에서도 훤히 보이는 '열린 주방'(Open Kitchen) 구조의 음식점이 많이 생겨났다. 조리과정을 손님들에게 공개함으로써 믿을만한 식당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이런 '열린 주방'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먼저 요리에 대한 전문성과 자신감이 필요하다. 재료와 조리환경은 항상 청결해야 하며, 남은 음식이나 흘린 재료를 다시 사용해서도 안 된다.

주방 안에 있는 요리사는 항상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늘 긴장하게 되고, 더욱 철저하고 까다롭게 음식을 조리한다. 이런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본 손님들은 자신이 선택한 식당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기게 될 것이다.

경찰이 국민의 신뢰와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새롭게 설계 중인 수사 제도의 방향은 이 같은 '열린 주방'의 모습과 유사하다.

먼저 누구든지 경찰 수사과정(열린 주방)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수사배심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시민이 참여하는 '사건심사 시민위원회'는 수사 과정에서 위법·부당함은 없었는지, 재수사가 필요하지는 않는지 직접 들여다본다.

인권위원회, 권익위원회 등 외부기관과 합동조사를 벌이기도 한다. 향후 국회 입법을 통해 경찰의 수사종결권이 인정될 경우, 경찰이 검찰에 송치하지 않은 사건까지 심사하여 권한 남용을 차단하고 결과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한다.

내부적으로도 여러 단계의 검증절차와 통제장치를 통해 고의적인 일탈이나 오판을 줄인다. 접수되는 사건은 무작위로 담당 수사관을 지정해 외부로부터의 사건 개입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새로 도입되는 '수사심사관'은 독립적으로 수사과오·부실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경찰 자체적으로 마무리한 내사·미제·불송치 사건에 대해서도 적정성을 심사한다. 수사관 개인(요리사)에게만 사건처리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내부감독, 독립적인 수사심사관, 그리고 외부의 감시체계가 촘촘히 맞물려 경찰 수사가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통제하게 된다.

한편 최근에는 음식 사진과 재료를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전자 메뉴판'을 내놓는 식당이 늘고 있다. 경찰도 생소한 수사절차를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수사민원 상담센터'를 꼽을 수 있다. 상담센터에서는 누구든지 식당을 이용하듯 편하게 법률 조언을 받고, 자신에게 맞는 수사절차를 주문하게 된다.

요리사에게 보다 좋은 조리 환경을 제공하는 것과 같이, 수사관의 공정한 사건처리를 도와주는 지원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AI) 수사도우미'는 각종 법령·판례 등을 정확하게 제시하여 전문적이고 신속한 사건처리를 돕게 될 것이다. 모든 수사관은 자기 사건의 시작부터 최종 결과까지 전 과정을 분석하면서 더욱 발전해 나간다.

이 같은 변화는 국민들에게 이익일 뿐만 아니라, 경찰조직 발전과 경찰관들의 자긍심 제고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에는 수사권 조정이 있다. 수사기관으로서 온전한 책임과 역할을 받은 상태에서 비로소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 반칙과 특권을 없애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실현되는 선진 형사사법 체계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국민을 위한 수사권 조정의 요체이다.

투명하고 책임성 있는 수사 환경에서 만들어진 수사결과는 결국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오늘도 우리 경찰은 국민 중심의 현장수사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수사절차를 새롭게 설계 중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사진제공=경찰청
민갑룡 경찰청장./사진제공=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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