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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아산 정주영의 레거시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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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19.11.15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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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상호에 공유하는 기업들이 많다. 현대그룹 고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1915~2001)이 창업한 기업의 후예들이다. 아산 생전에는 모두 ‘현대그룹’이라는 기업집단 내에 있다가 2000년에 현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세 그룹으로 재편되었다.

세 그룹은 각기 다른 길을 걸었다. 이제 시간이 흘러 소유지배구조 상의 접점은 별로 없다. 그런데도 이들 기업과 사람들에게서는 공통점이 느껴진다. 아산의 후세들은 회사를 달리해도 가족들이기 때문에 당연하지만 혈연관계도 없고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현대오일뱅크 사람들과 현대제철 사람들 간에 공통점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기업문화’라고 부른다. 같은 그룹의 사람들이 모여도 다른 목적과 환경에서 모이면 특유의 정체성이 생긴다. 창업 때부터 내려오는 회사의 조직과 인력은 연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하루하루 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유지되는 것이 기업문화다. 창업자의 품성과 개성, 기업관이 스며있다. M&A(인수·합병)로 합류한 회사들도 같다.

기업인이지만 사회적, 국가적 의미를 부여할 만한 거인들이 세계사에 가끔 있다. 아산이 그에 해당한다. 기업인이 한 국가의 역사적 자산이 되는 데는 기업을 일군 실적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생애가 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가치 기준에 비추어 국가적 유산으로 남을 만해야 한다. 물론 호불호, 공과와 장단의 논란이 따른다.

해외에서 아산에 비교할 만한 인물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이탈리아 왕’으로 불렸던 피아트그룹의 잔니 아녤리회장(1921~2003)이 떠오른다. 아산과 동시대를 살았던 아녤리는 이탈리아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러나 아녤리는 창업자가 아닌 2세대였다. 기업을 직접 경영하지도 않았고 귀족적이었다. 아산과 생년이 같은 록펠러패밀리 당주 데이비드 록펠러 체이스맨해튼회장(1915~2017)도 미국 외교와 대외정책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금수저 3세였다.

아산은 이들을 능가하는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창업자였고 직접 경영했고 서민적이었다. 만년에 정치에 나섰지만 아무도 아산의 기업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서 아산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기업인으로 나타났다(24%).

아산의 생애와 업적에 대한 무게 있는 학술적 조명(평전)은 아직 없다. 이는 아산이 우리 경제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추어 보면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아산은 회고록을 두 권 남겼다. 내가 그 책들을 읽은 소감은, 아산은 기업인이었지만 굴곡의 한국 현대사를 나름의 책임감으로 기꺼이 짊어졌고 매우 정직하게 앞으로 끌고 나갔던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진정한 글로벌 한국인이기도 했다.

나는 정직성과 책임감, 그리고 본질적인 겸손함 세 덕목이 인간 아산을 규정짓는다고 생각한다. 철저한 신용과 나눔의 미덕도 거기서 나왔다. 과거의 현대가 터프하고 공격적이며 기업문화가 군대와 같았다는 말이 있다. 아산의 행적에서도 그런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위 덕목들이 그런 이미지와 상치되는 것만은 아니다. 건설을 위시한 중후장대산업의 속성에서 온 것일 수도 있고 시대상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이제 1년 조금 더 지나면 아산이 소천한 지 20년이 된다. 그동안 아산이 일군 현대 회사들은 더 큰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이제 전혀 다른 국내외 정치경제 상황과 디지털화의 도전을 맞으면서 신세대와 함께 새로운 20년을 준비 중이다. 현대의 모습은 달라져도 아산과 아산의 레거시는 기쁘게 한국의 미래와 같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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