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미국 대사관 돌진' 공무원 2심 선고유예

지난 6월 서울 세종대로 주한미국대사관에 30대 남성이 승용차를 타고 정문을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했다./사진=뉴스1

승용차로 주한미국대사관 정문을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공무원에게 2심에서 징역형의 선고유예가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이성복)는 14일 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윤모씨(48)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범죄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경우 일정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특정한 사고 없이 유예기간이 지나면 선고를 면제해 주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좌파적인 정치 성향 때문에 감시와 미행을 당한다고 생각한 윤씨는 망명을 신청하기 위해 차를 몰고 주한미국대사관 경내로 진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윤씨는 지난해 6월7일 연가를 내고 업무 관련 상담을 이유로 지인 A씨를 서울역에서 만나 그의 차를 타고 함께 이동하던 중 자신이 운전하겠다고 부탁했다.

A씨의 차를 운전하게 된 윤씨는 운전대를 잡은 직후 미 대사관 앞 도로 2차선에서 급가속해 철제 정문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A씨가 다치게 됐다.


경찰 조사에서 윤씨는 과거 과대망상증으로 2차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데, 미국 연수 후보자로 선정된 후 영어공부를 하면서 증상이 재발했다고 진술했다.

윤씨는 범행동기에 대해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고 귀신에 씌었다"며 "대사관 정문을 들이받고 들어가 망명 신청을 하면 미국에 갈 수 있겠다는 망상이 생겨 이러한 행위를 했다"고 진술했다.


1심 법원은 "큰 인명사고의 위험이 있었다"며 윤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윤씨는 특수상해 혐의를 폭행죄 또는 폭행치사죄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심 법원은 이런 윤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동승자의 부상에 대해서도 "적어도 상해에 대한 미필적고의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2심 법원은 1심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윤씨는 범죄전력이 전혀 없고 성실하게 공무원으로 일했으며 평소 정신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이 발생했다"며 "피해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고 동승자와 합의했으며 미국정부를 위해 3000만원을 공탁한 점을 참작했다"며 선고유예로 감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