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으로 민심 달래는 람 장관…홍콩 은행들은 '걱정'

홍콩 주택.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진 홍콩에서 은행들이 정부의 완화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규제를 우려하며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홍콩 당국은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과 가족이 집을 살 수 있도록 주택구매 계약금 조건 등을 완화했지만, 은행들은 경기침체로 인한 부실 대출 위험을 피하고자 모기지 신청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달 반(反)정부 시위대 민심을 달래기 위한 주택 정책들을 발표했다. 그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가 800만홍콩달러(약 12억원) 이하 주택을 사려 할 때 최대 9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1000만홍콩달러(약 15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할 경우에도 대출을 80%까지 받을 수 있게 했고, 이 같은 조치로 주택 판매도 늘어났다.

그러나 홍콩에서 계속되는 시위로 경제가 타격을 입자 은행들은 경기 침체와 실직, 파산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은행원들은 말했다. 대출자들이 돈을 갚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홍콩에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02%로 매우 낮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홍콩 HSBC은행은 대출을 받는 주택 구매자들에 대해 '전일제 근로자로 다른 자산을 소유해선 안 되며, 모기지 월납입금도 월급의 65%를 초과해선 안 된다'는 지침을 내렸다.

HSBC·스탠다드차타드·차이나홍콩 은행 등을 포함한 대출 기관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앞으로 몇 달 안에 대출자들한테 현금 리베이트를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일부 은행은 현금 리베이트를 완전히 폐지할 예정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한 유럽계 은행 홍콩 은행원은 "우리는 이 환경에서 우리의 수익성과 자산 품질을 지키기 위한 모든 도구를 다 써야 한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많은 조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원이나 업계 소식통, 모기지 중개업자 등은 언론과의 소통이 허가되지 않기 때문에 모두 익명을 요구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HSBC는 성명을 통해 완화된 주택정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평소처럼" 모기지 신청을 받고 있으며, 각각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위험관리 및 수익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계속하겠다면서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고 말했다. 차이나홍콩은행은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람 장관의 발표 이후 중소형 플랫(flat) 구매자들의 재력은 이전 고객들보다는 약해 보인다고 말했다. 홍콩의 집값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4.1%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서는 여전히 5.9% 상승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정부의 조치는 집을 사선 안 되는 초등학생한테 신용카드를 준 것과 같다"며 "이렇게 비싼 수준으로 사고 나면, 그들은 (집)값이 떨어질 때 갇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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