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 표현 뺀 정부 "바닥 쳤다는 것도 아니다"

인천 컨테이너터미널. /사진=김남이 기자

정부가 7개월 연속 사용하던 '경기 부진' 표현을 버렸지만 실제 경기 진단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부 위축된 경제지표가 전체 경기에 대한 부진으로 곡해될 것을 우려해 보다 정확한 표현으로 바꿨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는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도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를 통해 "9월 산업활동 주요 지표는 전월대비로 광공업 생산과 설비투자는 증가했으나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 건설투자는 감소하면서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부진'과 '성장 제약'의 차이에 대해 "특정 지표에 대해 부진하다는 평가를 내려도 이를 전체 경기에 대한 부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바람직한지 고민이 있었다"며 "수출과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라는 단어보다는 '감소' 및 '성장 제약'이라는 보다 명확한 표현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진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건 전체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평가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성장률을 나타낸 이유가 수출과 건설투자의 감소인데, 이를 '수출과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라는 표현으로 묶어 표현하는 게 맞지 않아서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수출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한 반도체 업황의 부진에 대해서도 '단가 하락'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했다. 홍민석 과장은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쳤다는 점은 많은 시장 관계자들의 예상"이라며 "다만 반등 시기 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등 불확실성이 일부 있기에 그 부분을 명확히 지적·서술하려 한 것"이라고 표현을 바꾼 이유를 전했다.


9월 생산은 광공업(전월비 2.0%, 전년동월비 0.4%)은 증가했으나 서비스업(전월비 △1.2%, 전년동월비 1.0%)이 감소하며 산업 생산도 전월비 0.4% 줄었다. 지출은 소매판매(전월비 △2.2%, 전년동월비 3.3%) 및 건설투자(전월비 △2.7%, 전년동월비 △7.4%) 는 감소했으나 설비투자(전월비 2.9%, 전년동월비 △1.6%)는 증가했다.

9월 수출은 중국 등 세계경제 둔화, 반도체 단가 하락 등 영향으로 10월 중 전년동월대비 14.8% 감소하면서지난해 12월 이후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소비자심리는 상승했으나 기업심리는 실적 상승, 전망 하락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9월 경기동행지수는 전월 대비 보합, 선행지수는 0.1p(포인트) 상승했다.

고용은 취업자 증가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등 회복세이며 물가는 0% 수준 보합을 보였다. 10워 취업자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41만9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3.0%로 0.5%p 떨어졌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하락세 확대에도 불구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세가 둔화되며 전년동월대비 0.0%,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0.8% 상승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와 국고채 금리가 월초 이후 상승하는 모습이었으며 환율은 1월 들어 하락했다. 주택시장은 10월 중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모두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 재정은 적자 규모가 3배 넘는 규모로 늘었다. 9월 누계 관리재정수지는 57.0조원 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조3000억원보다 39조7000억원(229.48%) 늘었다. 통합재정수입은 전년대비 1조5000억원 감소한 338조1000억원, 통합재정지출 및 순융자는 39조1000억원 증가한 36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교역 및 제조업 경기 위축 등으로 세계경제가 동반 둔화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계속되고 미중 무역협상의 전개 양상 및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회복시기 관련 불확실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올해 남은 기간 이·불용 최소화 등 재정집행과 정책금융 무역금융 집행을 차질없이 추진한다. 아울러 민간활력을 높여 경기 반등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도록 경제활력 제고 과제를 적극 발굴해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반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