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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만 50년 했죠…배움 놓친 여성들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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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해람 기자
  • 2019.11.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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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도, 수능 보다②]평생교육에 평생 헌신…"지식 격차는 빈곤 대물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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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재 서울 일성여중고 교장/사진=조해람 기자
"어쩌다 보니, 교장만 50년째 하고 있네요."

지난 15일 서울 일성여자중고등학교 교장실에서 만난 이선재(83) 교장은 쑥스럽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배우지 못한 이들을 위해 헌신한 57년. 그가 가르쳐 졸업시킨 제자만 5만8000여명이 넘는다.

중·고등학교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일성여중고엔 1053명의 여성이 다닌다. 대부분 중년이다. 이 교장은 "과거엔 여자라는 이유로 공부를 못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7~8남매를 모두 교육시킬 수 없으니 아들만 학교에 보내곤 했다"며 "(여성들이)그 시대에 못 가진 기회를 똑같이 주려고 이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장 자신도 고학(苦學)을 했다. 경기도 개풍군이 고향인 이 교장은 6·25전쟁 때 가족과 함께 내려왔다. 당연히 집이 없었다. 그때 피난을 떠난 지인이 빈 집을 빌려줬다. 이 교장은 수통에 따뜻한 물을 담아 껴안고 자면서 학교를 다녀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

힘들게 공부했다 보니 못 배운 이들이 눈에 밟혔다. 야학을 시작했다. 그러다 1963년, 한 학교가 건물세를 못 내 밖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폐교 직전인 학교를 부던히 애를 써서 살렸다. 일성고등공민학교, 지금의 일성여중고다. 첫 교장이 10년 만에 작고한 뒤 이 교장은 젊은 나이에 교장이 됐다. 그 후로 50년을 쭉 교장으로 재임 중이다.

난관도 많았다. 천차만별 사연을 가진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늘 부족했던 예산도 부담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 교장은 "어려움이 오니까 계속 이 일을 해야 되나 했는데, 공부시간에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친구들을 앞에 두고 '못하겠다'고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선재 서울 일성여중고 교장/사진=조해람 기자
이선재 서울 일성여중고 교장/사진=조해람 기자

지금의 일성여중고가 있기까지 학생도 선생도 최선을 다했다. 이 교장은 "학생들이 열심히 한다. 못 배운 게 한이고, 서러움이고, 고통이고, 불편이고, 부끄러움이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우리(교사들)도 악착같이 했다. '삼밭에 있는 쑥은 곧장 자란다'는 말처럼, 공부하는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이 교장은 학생 사랑도 각별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학생을 물으니 "다 특별한 사람"이라며 "다 얘기거리가 있고, 다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이겨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교장은 "2000년 학교 이름을 지금의 일성여중고로 바꾼 뒤, 학생들의 대학 합격률이 100%"라며 "박사학위까지 딴 친구들도 몇 있다. 석사는 많고(웃음). 다 '자원'이다"라고 학생들을 자랑했다. 놀부보쌈을 세운 김순진 대표도 이 학교 졸업생이다.

이 교장의 소망은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이 교장은 "아직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고, 학교도 적다"며 "요즘 비는 학교 교실이 많은데, 그곳에 초등학교·중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해 국가가 가르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지식의 격차는 무지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고,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며 "공부를 해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곧 사회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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