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발]국민 5만명이 고발…'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의 혐의는?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 11월 15일 오전 검찰청 앞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검찰에 고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최민경 기자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지난 11일 공식 출범함에 따라 세월호 참사의 재수사가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처벌 받은 국가 책임자는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장 한 명 뿐이다. 김 전 정장은 세월호 침몰 현장에 처음 도착했지만, 현장지휘관으로서 승객들에게 퇴선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이에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수사가 부실했다며 전면 재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15일 진상규명과 철저한 재수사를 요구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당시 법무부장관) 등 세월호 참사 책임자 및 오보 책임자 40명을 고발했다. 국민고발인까지 포함해 총 5만4416명이 고발에 참여했다.

박근혜·김기춘·황교안·우병우·김장수 등…피고발인들이 수사받게 될 혐의는?
고발 대상은 크게 다섯 가지 혐의로 나뉜다. 박근혜 정부 책임자 5명과 현장구조·지휘부 16명, 세월호 참사 특조위 조사방해자 10명, 세월호 참사 '전원구조' 오보 책임자 8명, 세월호 참사 피해자 비방·모욕 관련자 3명 등이다. 청와대·정부 책임자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과 황 대표는 특조위 조사방해자로도 중복 고발됐다.

먼저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비서실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는 국가재난 상황을 지휘 및 관리·통제하지 않아 직무유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수난구호 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황 대표는 세월호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수현 전 서해해양경찰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청장 등 해경지휘부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직무유기, 업무상 과실치사,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은 구조지휘에 필요한 초동조치를 하지 않고 세월호 선내진입 지시 또는 퇴선명령 지시를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다는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통령과 황 대표,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특조위의 인원을 감축하고 예산을 편성하지 않거나 제한, 2016년 강제해산시켜 직권남용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특조위를 강제 해산시킨 것은 직무집행 방해(세월호 특별법 제51조 위반)와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

이밖에도 유족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구조' 오보를 한 KBS, MBC, MBN 사장과 보도국장 등에 대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고발했다. 전원구조 오보로 인해 참사 발생 당시 현장 상황 파악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했다는 이유다. 또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혐의로 심인섭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장 등을 고발했다.

"세월호 침몰을 국가범죄로 만든 건 국정 운영 책임자들…추가 고소·고발할 것"
이날 고발 기자회견에서 유가족 대표로 나선 장훈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6년여간 참으로 서러운 날들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 유가족들이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고 온몸으로 겪은 진실은 2014년 4월 16일 8시 50분부터 10시 20분까지 구조의 골든타임 내내 박근혜 정부와 구조세력은 단 한 번의 퇴선 지시도 적극적 구조 신호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나 결국 실패했다는 정부와 검찰의 발표는 새빨간 거짓말로 우리를 우롱한 것"이라며 "국가 재난이었던 세월호 침몰을 국가범죄로 만든 것은 바로 2014년 대한민국 국정을 운영하던 모든 책임자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이후에도 추가 고소·고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장 위원장은 "현재까지 우리가 특정한 세월호 참사 책임자 122명 외에도 더 많은 책임자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족의 고소·고발을 대리하는 이정일 변호사 역시 "이번 고소·고발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출발"이라며 "앞으로 분야별로 혐의 사실을 더 정리해서 추가적으로 고소·고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