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어야 산다"…도깨비바늘은 왜 옷에 붙을까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성숙한 도깨비바늘 열매 /사진제공=국립공원공단

등산을 하다가 옷에 갈고리 모양의 식물 열매가 붙었다면 꼬리빗 등을 이용해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18일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옷에 달라 붙는 열매를 가진 식물은 총 29종이다. 이들 식물은 화살촉·갈고리 모양의 부속물이 있는 열매와 점액질을 분비하는 열매로 나눌 수 있다.

열매가 달라붙는 식물은 대부분 저지대 탐방로 입구나 경작지, 풀숲에서 자란다. 동물에 의해 열매를 퍼뜨려 생존하도록 진화한 결과다. 사람 옷에 달라붙어 열매를 퍼뜨리는 것 역시 진화 과정을 거쳤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사람의 활동 범위가 다른 동물보다 넓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변에 식물이 없는 공터 등 넓은 장소에서 열매를 제거하는 등 식물의 번식과 확산에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공단 연구진은 최근 지리산 탐방로에서 쉽게 발견되는 도깨비바늘, 미국가막사리, 쇠무릎, 주름조개풀 등 옷에 달라붙는 식물 4종의 열매로 겉옷감 소재별 접착정도를 실험했다.

도깨비바늘은 전국의 산과 들에서 자란다. 가시 같은 털이 있어서 물체에 잘 붙는다. 쇠무릎은 열매가 잘 떨어져서 다른 물체에 쉽게 붙는다. 주름조개풀은 껍질 끝이 돌출된 부분에서 끈적한 액체가 나온다.

국립공원공단의 실험 결과 직물의 틈이나 기모가 없는 매끈한 혼용소재의 경우 열매가 거의 달라붙지 않았다. 직물의 틈이나 기모가 있고 골이 진 소재의 경우 열매가 옷감에 달라 붙는 정도가 평균 90% 이상이었다.

산행 후 옷에서 잘 떨어지지 열매가 붙었다면 참빗이나 꼬리빗을 사용하면 좋다. 접착테이프로 제거하는 것도 가능하다. 직물의 틈과 기모가 없는 매끈한 소재의 등산복을 착용하면 열매가 덜 붙고 잘 떨어진다.

강재구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장은 "가을철 산행 시 열매가 잘 붙지 않는 겉옷을 준비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국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연구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