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첫등장한 中 인민군, 빗자루 들고 청소했지만…

지난 16일 홍콩 거리를 청소하기 위해 나온 중국 인민해방군 일부 병사들이 쉐펑특전여단 소속 로고가 붙은 민소매티를 입고 있다./사진=뉴스1

중국 인민해방군(이하 인민군)이 홍콩 시위 현장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인민군은 총이 아닌 빗자루를 들었고, 길거리를 청소한 뒤 부대로 돌아갔다. 별다른 충돌은 없었지만, 홍콩 시민들은 이를 중국군의 시위 현장 투입이 임박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홍콩 주둔 中 인민군, 주둔지 인근서 청소작업…홍콩 야당 의원들 "자치권 무시" 주장홍콩 주둔 인민군은 지난 16일 부대 인근 침례교 대학 캠퍼스 도로를 봉쇄했던 벽돌 잔해를 치우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국방색 반팔 티셔츠와 군청색 반바지를 입은 인민군 소속 군인 50여명은 빗자루를 들고 어지럽혀진 도로를 쓸고, 반정부 시위대가 도로 점거를 위해 가져다 놓은 장애물을 치웠다.

겉보기엔 평화로운 청소 작업이었지만, 이는 홍콩 정부의 사전 승인이나 요청 없이 이뤄진 것이었다. 홍콩 야당 의원 24명은 성명을 통해 "인민군의 거리 청소는 홍콩 주민들이 인민군의 공개 활동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홍콩에 있는 중국군의 활동을 제한한 기본법과 인민군법을 무시한 행위"라며 홍콩 자치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홍콩 헌법격인 기본법 제14조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필요할 경우 '공안 유지와 재난 구호'를 위해 인민군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인민군법 제9조는 인민군이 홍콩 지역문제에 개입할 수 없으며, 훈련과 작전 활동 등 공익에 영향을 미치는 군사행동을 할 경우 홍콩 정부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콩 정부는 "인민군의 지원을 요청한 적이 없다. 이들이 봉쇄됐던 부대 외곽 도로를 청소한 것은 순수하고 자발적인 지역사회 봉사"라고 밝혔다고 CNN은 전했다


인민군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홍콩 정부의 요청을 받은 것이 아닌 도로를 치우는 지역 주민을 돕기 위한 자발적인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민군이 홍콩 정부의 사전 허락 없이 주둔지를 벗어난 것은 분명히 실정법을 어긴 것이며, 인민군이 홍콩 정부의 사전 동의 없이 인민군 투입이 가능하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민군 일부, 중국 최강 대테러 부대 '쉐펑여단' 소속으로 확인

인민군들이 벽돌 잔해를 치우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SCMP

또 이날 홍콩 거리 청소에 나섰던 인민군 중 중국 '최강 대테러 부대'가 포함돼 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거리 청소에 투입된 일부 군인들이 인민군 서부전구 76집단군의 '쉐펑(雪楓)특전여단'에 소속된 병사라고 지난 18일 보도했다.

쉐펑특전여단은 중국 내 최강의 대테러 부대로, 최루가스가 가득한 실내에서 방독면도 없이 물건을 찾는 연습을 하는 등 극한 훈련을 실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홍콩 거리를 청소하는 인민군이 '쉐펑특전여단'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중국 정부가 언제든 홍콩 시위 현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마카오에서 군사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앤서니 웡은 "쉐펑여단 병사들이 16일 거리 청소를 한 것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며 "최정예 대테러 부대가 홍콩에 주둔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고, 이는 유사시 홍콩 시위 현장에 투입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민군 청소 작업에 환호하는 中…홍콩과 근접한 광주우서 대규모 테러진압 훈련도인민군이 홍콩 시위 현장에 등장한 데 대해 중국은 환호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의 한 누리꾼은 "홍콩 시위 발발 5개월 만에 듣는 가장 행복한 소식이다. 홍콩 주둔 인민군이 자랑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도 "우리 군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군사들은 시민들과 함께 시위로 엉망이 된 도로를 치웠다. 시민들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또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 광저우(廣州)에서 대규모 테러진압 훈련을 실시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광저우시 반테러공작 영도소조는 지난 17일 오전 대테러공격팀 11개, 황푸구 대테러팀 등 1000명을 동원해 훈련을 펼쳤다. 이번 훈련은 인터넷 공격과 무인기 공격 대응, 인질과 위험 화학물품 운수차량 납치 공동 구출 등 5개 상황에 맞춰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현지 매체들은 이번 훈련이 홍콩 시위를 겨냥한 것으로, 중국이 언제든 무력을 투입하는 등 관여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 위한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시위대 '최후 보루' 이공대 점거…"체포될 준비 돼있어, 쉽게 떠나지 않는다"

18일 홍콩 이공대에서 경찰이 학교를 빠져나가려던 시위 학생을 잡아끌고 있다./사진=뉴시스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시위대는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홍콩 이공대를 점거하고 결사항전에 나섰다.

홍콩 경찰은 지난 17일부터 시위대가 주둔 중인 홍콩 이공대에서 최루탄과 고무탄, 물 대포에 이어 이른바 음향대포(장거리 음향장치)까지 동원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수백명의 시위자들은 경찰에 화염병과 사제 투석기로 벽돌을 던지며 저항했다.

지난 18일 새벽에는 경찰이 실탄을 쏘면서 이공대 진입을 개시했다. AFP통신은 대학 인근 시위 현장에서 실탄 3발을 발사했고, 이에 따른 부상자나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시위대 중 일부는 탈출하려 했으나 경찰이 학교를 봉쇄해 빠져나오지 못했다. 겨우 탈출한 이들은 학교를 빠져나온 즉시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17일부터 시위대와 이공대에 머무르고 있는 후이 펑 민주당 의원은 "경찰과의 대치로 대부분의 학생들과 시위대가 이미 많이 지쳐 있다. 보급품도 점점 줄고 있어 더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시위대는 항복을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 후이 펑 의원은 "이들은 (탈출해) 자유가 되거나 품위 있게 체포될 준비가 돼있다. (이공대를) 쉽게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