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대리점 수수료 갑질' 자진시정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남양유업 본사 사옥 /사진제공=남양유업

남양유업이 일방적으로 대리점 수수료를 인하한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들어가자 자진 시정을 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의 거래상지위 남용 행위 혐의에 대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위법성을 의심 받는 사업자가 제안한 시정방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남양유업은 2016년 1월 농협과 거래하는 대리점과 충분한 협의 없이 회사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15%에서 13%로 인하했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위법한지 조사에 들어갔고, 남양유업은 지난 7월 동의의결 개시를 신청했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은 법적 판단을 다투기보다 자발적으로 대리점과 관계를 개선하고 상생을 도모하고자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과 충분한 협의 없이 수수료를 인하했다는 지적을 반영해 대리점에 단체 구성권과 교섭 절차를 보장하고 거래조건을 변경할 때 개별 대리점, 대리점 단체의 사전 동의를 반드시 받기로 했다. 수수료 인하로 대리점에 금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긴급생계자금 무이자 지원, 자녀 장학금제도 확대, 출산장려금 지급 등도 제안했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의 수수료 인하 경위, 시정방안의 거래질서 개선 효과, 신속한 조치 필요성 등을 고려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남양유업은 과거 물량 밀어내기 사태 때 대리점 매출이 급감한 점을 고려해 회사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인상했다가 매출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수수료를 인하했고, 인하 후 수수료율도 동종 업계 전반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측면을 고려했다. 대리점 대부분은 남양유업이 제시한 시정방안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시정방안은 추후 이해관계인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공정위 심의·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선중규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빠른 시일 내 남양유업과 협의를 거쳐 시정방안을 보완·구체화 해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후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