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 기업 신용등급 하향추세 이어갈 것"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가 19일 공동주최한 2020년 한국 신용전망 컨퍼런스. /사진=안재용 기자

2020년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대체로 하향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고 기업의 수익성 저하로 인한 재무지표 악화 등 때문이다. 안정적 전망이 제시된 업종은 은행이 유일했다.


19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공동주최한 2020년 한국 신용전망 컨퍼런스에서 유건 한신평 기업평가본부장은 "올해 업황 저하, 산업 패러다임 변화, 재무악화 등으로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향기조로 전환됐다"며 "2020년에도 기업의 신용도는 하향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기 업황 전망이 우호적인 업종은 단 하나도 없다고 진단했다. 한국 기업은 수출 의존도가 큰데 미중 무역분쟁 및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등으로 무역 및 산업생산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올해 3분기까지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하향한 기업은 12개였고 상향한 기업은 8개에 불과했다.

이같은 분석을 근거로 유 본부장은 유통, 자동차, 항공, 철강, 디스플레이 업종을 2020년 신용전망이 부정적인 업종으로 꼽았다. 그나마 안정적인 업종으로는 조선, 메모리반도체, 정유, 음식료, 제약, 통신, 해운, 호텔면세, 석유화학, 건설업종을 들었다. 신용전망이 긍정적인 업종은 없었다.

크리스 박 무디스 전무도 비금융 업종 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이어지는 미중 무역 갈등과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우려,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 등은 한국 기업의 이익체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반도체 및 전자 산업과 화학 산업이 가장 리스크에 취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기업의 경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면서 신용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며 "자금 조달 환경은 우호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나 레버리지가 높은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긍정적인 업종으로는 은행이 꼽힌다. 소피아 리 무디스 금융기관 담당이사는 한국 은행이 자산 리스크, 자본, 정부 지원 등 6개 항목이 모두 '안정적'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소피아 이사는 "한국 은행의 평균 신용등급은 홍콩, 호주 다음으로 높다"며 "이는 국가신용등급이 높고 정부 지원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은행의 자산건전성의 개선세가 뚜렷하다"며 "이는 대출이 대부분 담보를 갖추고 있고 비담보대출의 경우 차주의 신용등급이 높기 때문으로 2020년에도 이같은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본적정성 역시 홍콩 다음으로 한국이 높은데 내년에도 현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수익성은 낮은데 이는 비이자 수익 등이 매우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험, 증권, 카드업종의 경우 각각의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현조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장은 "보험산업의 경우 규제와 저성장, 저수익 리스크가 있다"며 "증권은 수익 구조가 다변화된 측면은 있으나 우발채무나 자본적정성의 하락은 숙제"라고 밝혔다.

양 본부장은 "신용카드업체들은 실적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핀테크 업체 등 새로운 경쟁을 맞이해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