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만 책임 떠넘기나" 질타에 진땀 뺀 은성수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11.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주요국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종합대책에 금융당국의 정책·감독 실패와 관련한 대책이 빠졌다는 정치권의 질타를 받았다. 은 위원장은 감독당국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고민을 담아 후속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19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지난 14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DLF 종합대책에 대한 여야의 비판이 이어졌다. DLF 종합대책이 주로 상품을 판매한 은행에 맞춰져 있다는 게 핵심이었다. 의원들은 금융위원회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에 대한 정책 실패와 금융감독원의 미스터리쇼핑 등 사전감시 기능 상실 등을 지적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DLF 대책에 금융당국 책임이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했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금융당국 책임도 큰데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 없이 은행에 (책임을) 너무 떠넘기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시장이 급변하는데 당국이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다”며 ‘후속대책’으로 “감독당국의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번 대책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투자자보호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위가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 기준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춘 게 DLF 사태를 촉발시킨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2015년 1억원으로 하향할 때 재간접펀드(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가 있었으면 그렇게 안 했을 텐데 없다 보니 현실을 받아들인 조치로 추론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DLF 종합대책을 준비하면서 막판까지 고심하다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 기준을 종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렸다.


금감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DLF 사태는 감독실패가 더 큰 원인”이라며 “2년여 동안 그런 상품이 판매될 때 감독당국은 뭐 했냐”고 따졌다. 은 위원장은 “책임문제까지 고민해 보겠다”면서도 “능력의 문제인지 아니면 인원의 문제인지, 시장기능이 못 따라가는 부분인지 보겠다”고 답했다. 다만 금감원이 지난해 실시한 미스터리 쇼핑으로 왜 예방을 못 했냐는 질의에 대해선 “너무 책임만 따지면 과잉 감독, 과잉 개입이 될 우려도 있다”며 “책임지기 싫어 매번 (금융사를)불러 들이고 책임 지우고 반복하다 보면 과도한 개입이 돼 ‘줄타기’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강화된 고위험 상품 판매 규제가 사모펀드 시장을 위축시키고 결국 은행의 실력을 끌어내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DLF 종합대책에는 원금손실이 20~30%까지 날 수 있는 고위험 사모펀드 상품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해 은행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은행들도 아예 고위험 사모펀드와 신탁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했다. 최 의원은 “이렇게 금지하면 은행이 잘 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된다”고 했다. 김병욱 의원도 “(최소투자금)규제가 능사가 아니다”며 “금융업을 겸업으로 갈지, 전업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지 근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하향평준화 시키냐는 지적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일반 투자자가 예금 들러 왔다가 내용도 모르고 (고위험상품에 투자) 하는 부분을 제한할 필요가 있지만 상향평준화 될 수 있도록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시장 위축 우려에 대해선 이달 21일 시행하는 전문투자자 제도 개선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전문투자자의 최소 투자금이 5000만원으로 낮아진다”며 “사모펀드 위축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