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회장선출…'黃·政' 색빼기 온힘

서울 광화문 KT 지사 이스트 사옥/사진제공=KT

차기 회장을 뽑기 위한 KT (34,400원 ▼250 -0.72%) 이사회의 CEO(최고경영책임자) 선출작업이 본격화된 가운데, 황창규 현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 최종 1인을 선출할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 KT 회장 공모에 응한 37명 멤버 외 추가 후보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도 정했다.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정치권의 낙하산 밀어 넣기나 현재 경영진의 의중이 회장 선출 과정에 직접 반영되는 등 차기 CEO 선출과정에서 내외부적 개입 여지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黃 최종 후보 1인 선출 이사회 참석 않기로= 24일 KT에 따르면, 차기 회장 후보 1인을 선출하는 최종 이사회에서 사내이사인 황 회장은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KT는 현재 회장 후보군 37명에 대한 검증을 진행 중이다. 사외이사 4명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 KT 지배구조위원회가 이 절차를 진행 중이며, 이달 중 5~10여명으로 후보를 줄여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 보낼 예정이다. 8명의 사외이사와 1명의 사내이사가 있는 회장후보심사위는 3명으로 회장후보를 압축해 이사회로 보내게 된다. 이사회가 최종 회장 후보 1명을 선발해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회장 선출이 마무리된다.

황 회장은 그동안 다양한 언로를 통해 지배구조위와 회장후보심사위 등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 관여하지 않고 보고도 받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정작 최종 회장 후보 1명을 선발하는 이사회 멤버 중 1명이 현 회장이다. 다수의 후보 가운데 옥석을 걸러내는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1명의 회장 후보를 결정하는 이사회에서는 황 회장도 의견을 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KT는 이사회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황 회장은 최종 후보 선출 과정에서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KT 이사회는 사외이사 8명과 사내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나머지 사내이사 2명은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사장과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이다.


김인회 사장은 사내 이상 중 유일하게 KT 지배구조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어 사내 후보자가 될 수 없다. KT 관계자는 "사내 후보군인 이동면 사장도 만약 최종 3인에 오르게 된다면 후보 선정을 위한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KT는 회장 후보 심사 과정에서 공모를 통해 접수한 37명 외에 추가로 후보를 집어넣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는 정치권 등 외풍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과거 일부 후보가 회장 선임 절차 중 석연치 않은 이유로 추가 후보 등록이 되거나, 이사회 멤버의 갑작스런 추천으로 등장해 경쟁자들을 밀어내는 일이 있었다. 이 같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과정들이 겹치면서 결국 낙하산 논란의 원인이 됐다.

지배구조위는 회장 선출 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하고자 회장후보심사위로 보낼 5~10여명의 후보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KT의 최종 차기 회장 후보 1인은 연말경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잡음과 논란 지속···"악순환 고리끊고 신뢰회복해야"= KT가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제기되는 우려들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는 이유는 2002년 민영화 이후 끊이지 않고 있는 '낙하산' 논란 때문이다.

KT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올초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장 선임 절차를 지배구조위, 회장후보심사위, 이사회, 주주총회로 단계화하는 정관 개정을 단행했다. 회장 선출 운영규정에 명시된 사내외 이사들이 회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도 이사들이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황 회장의 최종 이사회 불참석과 추가 후보 모집 금지 등의 원칙도 같은 맥락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장 선임과 관련된 내외부 외풍 관련 잡음과 논란은 최종 1인이 선출된 이후까지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 회장 선출 과정에 대한 불신의 벽이 여전히 높다"며 "누가 봐도 공정한 절차를 통한 회장 선출이 수차례 반복돼야 잃었던 신뢰가 쌓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