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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만 나면 뒷걸음질치는 금융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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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휘 기자
  • 김진형 기자
  • 2019.11.21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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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고 났다고 '아예 금지' 반복…당국 내에서도 "규제는 풀고 제재는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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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전임자가 2014년 카드정보 유출사태 때 개인정보보호 규제를 되돌려버린 것이 가장 아쉽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정부는 당시 금융지주사의 계열사간 정보 공유 금지 등을 포함해 정보보호 규제를 강화했다. 임 전위원장은 “데이터경제 시대에 맞게 정보규제를 풀려니 너무 힘들다”고 말했고 아직까지 한국은 “아시아에서 정보보호 규제가 가장 강한 나라”(BBC 뉴스)란 평가를 받으며 빅데이터산업의 후진국으로 남아 있다.

정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DLF(파생결합펀드) 대책을 놓고 금융권에선 이같은 실수가 되풀이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다시 올렸다. 최소 투자금액은 2015년 고수익을 내는 사모펀드에 일반 투자자들도 투자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1억원으로 낮춘 지 4년 만에 방향성을 거꾸로 튼 것이다. 또 ‘고난도(어렵고 위험한) 금융투자상품’이란 개념을 만들어 이런 상품은 은행에서 사모펀드로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신탁을 통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우려로 신탁판매도 아예 막아버렸다.

이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은행권은 특히 신탁상품 판매까지 금지한 데 반발한다. 은행권이 ELS(주가연계증권) DLS(파생결합증권) 등을 담은 펀드(ELF·DLF)의 판매잔액은 올 8월초 기준 약 7조원인 반면 ELS·DLS를 담은 신탁(ELT·DLT)의 판매잔액은 약 42조9000억원에 달한다. 신탁상품은 이미 공모펀드 수준의 규제를 받는데도 고위험상품 판매를 금지한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정부는 은행의 신탁 판매 금지에 대해선 수정 가능성을 열어놨다. 은성수 위원장은 이날 "파생상품을 내재한 채 사모로 판매되는 상품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은행에서 신탁을 공모와 사모로 분리할 수 있다면 오히려 판매를 장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권, 특히 여당에서도 정부 규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금지 규제는 국민 선택권을 제한하는 후진적 관치금융 행태”라고 말했다.

금융위 역시 처음에는 ‘사고가 났다고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에 부정적이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사고가 터지면 아예 못하게 막아버리는 대책’을 가장 경계했다.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은행 판매 금지는 사고가 났다고 밖에 나가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합대책에는 고위험상품의 은행 판매 제한뿐 아니라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 상향 등 예상 밖의 고강도 조치들이 담겼다. 청와대·금융감독원 등과의 최종 협의과정에서 포함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아쉽다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제도적으로 판매를 못하게 막아버리기보다 기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해외처럼 한번 사고를 내면 수천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면 CEO(최고경영자)가 알아서 이런 상품을 팔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법규상 금융사에 부과하는 과징금이나 과태료 수준은 해외에 비해 세발의 피다.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실제 손해 이상을 배상토록 하는 제도)'을 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야당의 반대로 통과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일부에선 '주인없는 은행'의 특성상 기관에 부과하는 금전제재보다 CEO 등 경영진에 대한 엄벌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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