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세워진 또 하나의 광화문”…탄성 자아낸 ‘프랑스한국문화원’의 위용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 새 둥지를 튼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의 새 이름 '파리 코리아센터'. 39년 만에 확장 이전한 이곳은 한국문화원,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3개소가 함께 들어서 콘텐츠를 공유하고 융합하며 신한류 확장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20일 오후 6시(현지 시간)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이 확장해 이전한 ‘파리 코리아센터’의 개원식. 이곳에 초대받은 500여명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와”하는 옅은 감탄사를 연신 쏟아냈다.

온통 새하얀 물결로 뒤덮인 건물 내·외관에 ‘심쿵’한 이들이 전보다 커진 규모에 놀라며 건물 곳곳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낡고 좁고 허름한 지난 39년간의 흔적과 결별하는 순간이었다.


1980년 파리에 문을 연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이 이날 신한류 제2 도약에 발맞춰 ‘파리 코리아센터’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이전 공간(753㎡)보다 5배나 커진 규모(3756㎡)를 자랑하는 센터는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오스마니안 양식 건물 전체를 사용, 한국문화체험관 및 한식체험관(485㎡), 공연장(118석)과 대규모 전시실(500㎡), 도서관(345㎡), 강의실(185㎡)등으로 구성됐다.

20일(현지 시간) 재개관한 '파리 코리아센터' 내부 전경.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이 건물을 리모델링한 안태준 건축가는 “문화원이 매입한 200년 전 건물을 처음 봤을 때 서울 광화문이 떠올라 ‘파리에 또 하나의 광화문을 만들면 좋겠다’고 시작한 작업”이라며 “모든 방에 촘촘하게 세워진 가벽을 모두 허물어 공간을 넓게 만들었고, 천장에 한국의 전통 문양을 새겨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모색했다”고 말했다.


한국 전통 건축 양식에 잘 쓰지 않는 색깔인 ‘흰색’을 북유럽 스타일로 녹인 것도 파격이다. 안 건축사는 “흰색은 모든 색을 흡수하는 색”이라며 “우리 문화가 모든 것을 흡수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건물 구입비 및 공사비로 쓰인 840억원 중 200억원 정도가 리모델링 비용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이전한 프랑스 한국문화원은 LA, 상하이, 도쿄, 베이징에 이은 5번째 코리아센터이자 유럽에서는 최초의 코리아센터다. 같은 건물에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함께 입주해 한류 첨병 기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일(현지 시간) 재개관한 '파리 코리아센터' 개원식에 참석한 박양우 문체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수십 년 전 서울에서 받은 프랑스 문화에 대한 감흥을 이곳에서 한국 문화로 다시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서울 프랑스문화원은 한국 젊은이들에게 문화예술의 샘물이었고 신천지였다”며 “당시의 감흥을 이곳 파리의 코리아센터에서 계속 이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다양한 전통문화와 파격적인 현대문화를 고루 품고 있는 문화의 용광로와 같은 나라”라며 “오늘 재개원하는 이곳 코리아센터에서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가 만나고, 서로 격려하고 일으켜 세워 유럽, 나아가 세계 문화사에 아름답게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전시 투어를 마친 뒤 “지난 몇 년간 프랑스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케이팝을 시작으로 영화, 음식, 미용, 패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뻗어있다”며 “코리아센터가 앞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일(현지 시간) 재개관한 '파리 코리아센터' 개원식 축하공연에 나선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 작품으로 시작한 그의 연주는 한국 가곡 '금강산'으로 끝나 서로 다른 문화의 고리가 연결되는 느낌을 안겼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빛의 화가’로 통하는 방혜자 작가는 “1961년 파리에 와 거의 60년 만에 이런 훌륭한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우리나라의 특이한 예술, 전통 예술이 두루 선보여 5000년 역사가 빛나는 그런 장소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개원식에는 박양우 문체부 장관을 비롯해 프랑스 비벳 로페즈 상원의원, 자크 랑·플뢰르 펠르랭 전 문화부 장관, 국립기메동양박물관 소피 마카리우 관장 등 정재계, 문화예술계 인사 500여 명이 참석해 한국문화원 개원을 축하했다.

20일(현지 시간) '파리 코리아센터' 개원식 특별전으로 선보인 전시 '때깔'.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개원식 축하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드뷔시, 쇼팽, 라벨의 작품과 한국의 가곡 금강산을 차례로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 작품으로 시작한 그는 한국 가곡 '금강산'으로 끝내 서로 다른 문화의 고리를 선율의 하모니로 연결했다.

파리 코리아센터는 이날 특별전 ‘때깔’을 시작으로 특별공연 ‘묵향’, 케이뮤직 콘서트, 웹툰 전시 및 애니메이션 상영, VR 한국문화 체험존, k-drama 파티, 한식 아틀리에, IT 컨퍼런스 등 20여개 다채로운 행사들을 2020년 2월까지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