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 부동산PF 유동화 '봇물'..."선제적 위험관리 필요"

사진=김현정디자이너

국내 증권사들이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큰손'으로 떠오른 가운데, 선제적인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1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증권업 부동산PF 유동화증권 발행잔액은 2014년 4조2000억원에서 2018년 13조7000억원으로 3.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PF 유동화 시장 내 증권사 점유율은 같은 기간 37.4%에서 54.9%로 확대됐다.

증권업계의 약진에 대해 이석훈 자본연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의 호황기에 중소형 건설사의 참여가 증가했고, 소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부동산PF 시행사들의 유동화 방식 이용이 늘어났다"며 "여기에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영업과 경쟁도 성장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위험 익스포저는 전반적으로 확대됐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업 부동산PF는 수도권 중심에서 비수도권으로, 공동주택 중심에서 오피스텔과 지식산업센터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에 있고, 시공사 신용등급이나 도급순위도 전체적으로 하락세"라며 "발행구조 위험 역시 확대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부동산PF 유동화는 차환발행 시 유동성만을 제공하는 '매입보장'과 유동성 및 신용공여를 함께 제공하는 '매입확약'으로 구분된다. 증권사의 매입보장은 5년 새 2.2배 증가한 반면, 매입확약은 4.1배 증가했다.

PF대출 부실 발생 시 채무보증 증권사는 유동화증권을 매입하고 손실을 부담해야 해 고스란히 부동산사업의 위험을 지게 된다. PF대출에 추가로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기관이 있는 경우, 채무보증한 증권사의 손실 위험은 그만큼 줄어든다. 건설사, 공사 등 다른 기관이 신용보강한 증권업 부동산PF의 비중은 2014년 56.9%에서 2018년 35.2%로 감소했다.

장근혁 자본연 연구위원은 "증권업의 부동산PF 위험 익스포저는 증가하는 추세지만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이 자기자본대비 부동산PF 규모가 크고 위험점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대부분 증권사들의 위험 익스포저는 대체로 크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날 자본연은 개별 증권사의 위험 익스포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장 연구위원은 "시나리오 분석 결과 증권사들의 순자본비율 및 유동성 비율은 적기시정 조치 이상을 유지하고 감내할 여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위험 익스포저가 상승하는 추세이고 부동산시장의 침체 가능성도 잠재적인 위험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관리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위험관리를 위한 규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장 연구위원은 "증권사의 사업보고서 상에 부동산PF 관련 위험요인이 현재보다 상세하게 공시되도록 해 위험관리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며 "아울러 부동산PF 등 부외항목 위험을 포함한 레버리지 규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