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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Eat] 오바마·힐러리…'라떼'란 말에 치를 떠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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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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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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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이야기]
美대선 때마다 '라떼 진보' 공격
"세상과 동떨어진 민주당 엘리트" 상징
오바마도 힐러리도 수난

/AFPBBNews=뉴스1
/AFPBBNews=뉴스1
[인싸Eat] 오바마·힐러리…'라떼'란 말에 치를 떠는 까닭
"라떼를 마시고, 초밥을 먹으며, 볼보를 몰면서 증세와 재정 지출 확대를 외치는 멍청한..."

2004년 미국 대선을 수개월 앞둔 시점. 공화당측은 당시 민주당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였던 하워드 딘 버몬트 주지사를 향해 이렇게 조롱하는 TV광고를 내보내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한마디로 수입 식품을 먹고, 외제차를 몰며, 민생 걱정을 하는 '위선적인 진보주의자'라는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이 때문일진 모르겠지만, 딘 주지사는 경선에서 탈락했고, 이후 미국에선 '라떼 진보'라는 말이 일상용어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식으로 치면 '강남좌파'에 상응하는 말입니다.

이렇게 음식이 정치권에서 공격의 도구로 쓰이는건 매번 있어왔습니다. 미국에서 민주당은 늘 ‘라떼’라는 말에 치를 떨 정도로 공격을 받아왔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둔 현 상황에서도 공화당의 ‘라떼는 말이야’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아보카도 토스트 먹는 진보'가 나오기까지


/AFPBBNews=뉴스1
/AFPBBNews=뉴스1

지난 15일 워싱턴포스트(WP)는 "'라떼 진보'는 비켜라, 공화당이 이제는 염소우유 라떼와 아보카도 토스트로 모욕을 시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날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루이지애나 유세 현장에서 “대통령만큼 평범한 미국인에게 신경쓰이는 정치인은 없다”면서 민주당을 향해 "염소우유 라떼를 마시고 아보카도 토스트를 먹는 엘리트, 세련된 세계주의자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민주당을 공격하는데 라떼가 등장했는데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것입니다.

미국에서 ‘라떼 진보’라는 말이 등장한건 1997년입니다. 당시 보수주의 작가 데이비드 브룩스는 위클리 스탠다드에 기고한 글에서"진보가 생활양식으로 자리잡은 '라떼 마을'"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진보=라떼’라는 공식이 처음 사용됐습니다.

UC버클리의 언어학자 제프리 넌버그는 "이후 '라떼 진보'라는 말이 폭발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BBC는 시애틀이나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지에서 스타벅스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도 용어가 함께 전파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했습니다.

‘라떼 진보’ 이전에는 '리무진 진보'라는 말이 대세였습니다. 1969년 뉴욕시장 선거에 출마한 마리오 프로카치노가 재선을 노리던 존 린지 시장을 향해 "리무진 진보"라고 비방한게 시작이었습니다.

리무진이나 라떼나, 결국 편하고 안락한 위치에서, 수입품을 즐기면서 탁상공론이나 펼치는 진보주의자들의 위선적인 면모를 비꼬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 것입니다.
/AFPBBNews=뉴스1
/AFPBBNews=뉴스1



오바마부터 뉴욕시장까지…’라떼’로 수난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측에서도 굳이 ‘라떼’를 언급하거나 들고 다니다가 스스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4년 해군 헬기를 타고 내리면서 경례를 하는 해군들에게 라떼 한잔을 들고 맞경례를 했다가 군 베테랑들로부터 “당신의 엉덩이를 지켜주는 사람들에게 예의를 보여라”라는 비판을 받았고, 같은해 민주당 출신 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은 "작은 소이라떼 진보"라는 비난을 들었습니다. 당시 블라시오 시장은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연소득 5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은 앞으로 연 973의 세금을 더 내게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그러면서 "이는 하루에 3달러 가량으로 스타벅스에서 스몰사이즈 소이라떼는 사먹는 값밖에 안된다"고 말한게 화근이었습니다.

라떼 뿐만이 아닙니다. 2008년 대선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은 말실수 하나 때문에 ‘루콜라(샐러드용 이탈리아 채소) 스캔들’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7월, 오바마 당시 대선후보는 경합주인 아이오와 아델의 한 농장을 방문해 농업 관련 문제들을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한 농부가 슈퍼마켓의 채소 가격은 비싸지만, 정작 생산자들은 낮은 가격에 고전하고 있다고 불평하자, 그는 “지금 홀푸드마켓(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에서 파는 루콜라가 얼마나 비싼지 아는가. 사람들은 루콜라를 사는데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순식간에 장내 분위기는 싸해졌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상황을 두고, “아이오와엔 홀푸드마켓도, 루콜라도 없었다”도 전했습니다. 공화당은 바로 “도시의 엘리트들이 얼마나 실생활과 동떨어져 있는지 보라”며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다행히(?)도 오바마 당시 후보는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대선 후보들을 추리기 시작하는 아이오와주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를 꺾었고, 대통령 당선까지 이뤄냈습니다.



왜 민주당만 ‘음식 공격’을 당하나


/AFPBBNews=뉴스1
/AFPBBNews=뉴스1

조지 W. 부시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공화당 인사들도 슈퍼마켓에서 스캐너를 보고 놀라거나, 식료품을 살 땐 신분증이 필요하냐 등 세상 물정 모르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기는 했는데, 늘 이러한 음식 관련 논란의 중심엔 민주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국 뿐만이 아닙니다. 영국에선 '샴페인 사회주의자’라는 말이, 프랑스에선 '캐비어 좌파’라고 비꼬는 말이 있고, 호주에는 '샤도네이(고급와인) 사회주의자' 라는 표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BBC는 음식은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데다가, 오랫동안 특정 음식이 특정 계층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사용돼 왔다고 설명합니다. 다양한 인종과 계층이 섞여사는 미국에선 예를 들어 와인과 치즈는 백인 중산층의 전유물, 라떼는 진보성향의 도시인들이 즐겨마시는 음료 등으로 뿌리깊게 인식돼 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라떼’는 진보 도시인의 상징인 데다가, 이탈리아의 ‘카페라떼’에서 온 말이어서 ‘미국적이지 않다’는 의미 또한 내포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수입커피나 홀짝 거리면서 스타벅스 커피 테이블에 앉아 탁상공론이 펼치는, 미국적이지 않은 위선적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라떼’만한 공격수단이 없는 것입니다.

가디언지는 공화당이 민주당에 ‘라떼’ 프레임을 씌우는 순간 도시에 살지 않는 대다수의 블루칼라 미국인들은 ‘피해자’가 되어 버리며, 민주당은 2016년 대선에서도 그렇듯 이러한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고 했습니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사실 정치인들이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는건 비슷합니다. 하지만 BBC는 ‘누가 가장 미국스럽냐’라는 상징적인 문제로 넘어왔을 땐, 공화당이 늘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고 합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스테이크를 먹는 텍사스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햄버거를 즐겨먹는 자수성가 사업가’ 이미지를 어필해서 성공을 거뒀습니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은 한단계 진화한 염소우유 라떼와, 아보카도 토스트를 언급했습니다. WP는 “아보카도 토스트는 이미 유행을 탄지 5년이 지나 신선한 소재가 아닌 데다가, 염소우유는 실제로 엘리트층보다는 히스패닉 계층 등이 즐겨먹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공격이 영 신통치 않다는 말입니다. 심야토크쇼 진행자인 지미 팰런은 피트 부티지지 민주당 후보를 소개하면서 "젊고, 밀레니얼 세대의 지지를 받는다"면서 "그는 민주당의 아보카도 토스트"라고 말했습니다. 내년 2월부터 민주당에선 본격적인 대선주자 추리기에 돌입합니다. 누가 어떤 음식으로 또 공격을 당할지, 또 어떻게 반격할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포인트가 될 듯 합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9년 11월 22일 (13:36)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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