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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실형나온 경의선 고양이 살해범, 솜방망이 시대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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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 기자
  • 정경훈 기자
  • 2019.11.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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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벌금·집유 일색이던 동물학대 사건에 실형 선고…"물건에서 생명으로 판단 바뀌는 계기" 평가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많은 사건과 이슈가 발생하고 사라집니다. 기사도 하루하루 사건과 이슈를 소비하며 지나가는데요. 머니투데이 사건팀이 한번 보고 지나치기 쉬운 사건과 이슈를 다시 한번 깊이 있고 시원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사'건과 '이'슈 '다'시보기(사·이·다)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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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회원들이 2010년 서울 중구 명동 우리은행 앞에서 동물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거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지난 2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일명 '경의선 고양이' 살해 사건의 1심 선고공판이 열렸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고양이를 수차례 벽에 내려찍고 밟아 죽인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에게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법원 안팎과 시민단체에선 이번 판결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동안 강아지를 달리는 차에 매달거나, 고양이를 고층 빌딩에서 던져 학대·살해하더라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결은 동물학대 행위에 대해 실형이라는 엄벌을 선고한 것으로 판결이 나오기까지 배경과 의미에도 관심이 모입니다.



◇반려동물을 살해했는데 처벌은 재물손괴…동물이 물건이냐



그동안 동물학대행위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우선 동물학대행위에 대한 동물보호법 처벌 규정이 약하다는 지적입니다. 동물 학대·살해 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을 설명한 동물보호법 제46조 2항은 가혹하게 동물을 살해한 행위에 대해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이 벌칙규정은 1991년 동물보호법 제정 당시 벌금 20만원 이하로만 정해져 있다가 처벌이 약하다는 비판에 2008년 전부 개정 당시 벌금 500만원 이하로 강화됐습니다. 이후에도 잔혹한 동물학대 범죄가 잇따라 알려졌고, 징역형이 추가돼 2017년 3월 지금의 처벌규정이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동물학대범이 다른 범행을 함께 저지르지 않는 이상 대부분 벌금형을 받는 데 그치면서 이 처벌규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했습니다. 반려동물 인구가 많이 늘어난 것에 비해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은 부족했던 것이죠.

실제로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 접수 건수는 2013년 164건에서 지난해 632건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동물학대 사건 중 가해자가 구속된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합니다. 이 1건마저도 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구속이어서 재판을 거친 처벌 사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처벌규정이 약한 것도 문제지만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법 적용 방법도 논란이 됐습니다. 이런 부류의 동물학대 행위는 대개 형법상 재물손괴 혐의와 함께 재판에 넘겨집니다.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상했을 때 적용하는 것으로, 징역 3년 이하 혹은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행위로 두 가지 이상 죄를 저질렀을 때 처벌이 강한 쪽 규정을 적용한다는 상상적 경합 규정이 함께 적용되기 때문에 동물학대범은 대부분 재물손괴 조항에 따라 처벌을 받아왔습니다.

동물보호법상 징역형 규정이 없었을 때도 재물손괴 처벌조항에 따라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론 '재물을 손상당한' 피해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보상하면 처벌을 완화하는 원칙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부른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를 바닥에 내리쳐 살해한 정모씨(39)가 7월 서울 서부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를 바닥에 내리쳐 살해한 정모씨(39)가 7월 서울 서부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상 처음 실형? 재판부 "생명 존중 태도 찾아볼 수 없어"



물론 이번 '경의선 고양이 살해사건' 역시 처벌은 재물손괴 처벌조항으로 결정됐습니다. 아직까진 재물손괴죄가 동물학대죄에 비해 처벌 수위가 높기 때문이죠. 그런데 재판부의 판단을 들어보면 사뭇 다른 기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정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정씨에게 생명존중 태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불리한 양형 정상을 설명했습니다. 고양이를 가족처럼 여긴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지 못한 점과 사회적 공분을 초래한 점 역시 실형의 판단 근거로 내놨습니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집행유예 없이 실형이 나온 것은 동물권 보호에 있어 대단히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번 판결이 동물권을 엄중하게 여기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덧붙였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측도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로 동물학대가 개선되지 않았는데 동물권을 바라보는 법원의 태도가 감지된다"며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시대는 지났다는 판단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사회 분위기도 동물 보호에 적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보호법 위반 처벌 규정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더 강화하고 동물학대 행위를 세분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재물손괴가 아니라 동물보호법 기준으로 동물학대 범죄를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이번 사건에 21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하면서 달라진 여론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재판부의 설명과 주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번 판결의 의미는 동물학대의 범행 대상이 물건에서 생명으로 옮겨오는 계기라는 데 있습니다. 그동안 잔혹한 수법과 사회적 영향에도 '솜방망이'란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던 동물보호법이 제 모습을 찾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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