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5일만에 물러선 철도노조… '여론 부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5일 오전 임금 및 현안사항에 잠정 합의하고 파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한국철도공사는 열차 운행이 이르면 26일부터 단계적으로 정상화 될 것 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임금인상, 인력충원 등 4대 조건을 내걸고 지난 20일 오전 9시부터 총파업에 나선 철도노조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협의를 통해 5일 만에 파업을 철회했다. 정부의 강경한 입장과 악화된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25일 오전 6시 철도노조와 임금 및 현안사항에 잠정 합의하고 이날 오전 9시부터 파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11~14일 3일간 경고파업을 했던 노조는 이번에는 요구조건이 수용될 때까지 ‘무기한 파업’ 방침을 밝혔다. 일각에선 역대 최장 기간이었던 2016년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파업기간인 74일을 넘어설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코레일과 정부가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데다 파업 이후 여론도 악화되면서 예상보다 단기간에 종료됐다.

당초 노조의 요구사항은 △4%대 임금인상률 및 정률수당 기준 상향 △4조2교대 시행을 위한 안전인력 충원 △KTX·SRT 통합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 이행(안전업무 정규직화, 자회사 처우개선) 등 4가지. 잠정 합의안을 보면 노조가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우선 최대 쟁점인 임금인상률은 정부가 제시한 내년 공공기관 임금인상률 가이드라인인 1.8% 수준으로 결정됐다. 당초 노조가 요구한 인상률과 격차가 크지만 예산 결정권을 쥔 정부가 타협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현실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경고파업에 이어 이번 총파업까지 2번 대국민사과를 한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모든 공공기관에 공통 적용되는 정부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와 손병석 코레일 사장이 21일 오전 서울 구로철도교통관제센터를 방문해 철도노조 파업 비상수송 현장점검 관련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특히 다음달 10일까지 임금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정부가 제시한 1.8% 임금인상분도 상당기간 반영되지 않아 직원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노조입장에선 부담이 됐다.

4조2교대 근무제를 위한 인력충원 문제는 노사정 협의를 거쳐 12월부터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노조는 현재 인력을 그대로 두고 1조를 추가하기 위해 4600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나, 코레일은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1865명 증원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노사합의를 기대하며 사태를 관망하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파업 이후 강경론으로 돌아섰다. 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만큼 노조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일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노조 요구대로 인력을 늘리면 매년 4400억원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이는 결국 철도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살펴야 하는 정부와 여당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사는 이와 함께 KTX·SRT 통합 및 자회사 임금인상 등의 문제는 정부에 개선안을 건의하기로 합의했다.

철도노조 파업 여파로 운행률이 떨어지면서 출근길 지하철역이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노조가 예상보다 빨리 사측과 합의한 배경에는 여론 악화로 파업 동력이 약화된 측면도 있다. 이번 파업 기간에 수능 이후 대학별 논술, 면접이 진행돼 장거리 이동이 필요한 수험생들이 불편을 겪었다. 수도권 전철 운행률 감소에 따른 출퇴근길 혼잡도 증가에 따른 피해사례도 속출했다.

이런 가운데 4조2교대 시행시 코레일 직원들의 주 평균 근무시간이 39.3시간에서 31시간으로 줄어든다는 국토부의 발표가 나오면서 파업지지 여론은 더 힘을 잃게 됐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노사간 교섭과 노동위원회 조정 등을 진행하며 단 한차례도 주 31시간 노동을 요구한 적도, 언급한 적도 없으며 노사간 쟁점인 4조2교대 근무체계 변경은 2018년 노사합의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노조측은 3조2교대 근무체계에서 4조2교대로 전환할 경우 소정노동시간이 약 36시간 정도로 이는 통상근무자의 소정노동시간과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로 열차 운행은 이르면 26일부터 단계적으로 정상화될 예정이며 완전 정상화까지는 1~2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향후 노조는 4조 2교대 근무를 포함해 요구안 관철을 위한 협상을 재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와 코레일은 최종 합의안 도출까지 신중한 입장을 고수할 방침이어서 협의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