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5일 만에 철회…임금 1.8% 인상-인력충원 재논의(종합2)

철도노조 무기한 총파업 이틀째인 지난 11월 21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4조 2교대, 총인건비 정상화, 철도통합 등을 요구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임금인상, 인력충원 등을 이유로 지난 20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철도노조의 총파업이 5일 만에 끝났다. 정부의 강경한 대응 방침과 악화된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25일 철도노조와 임금 및 현안사항에 잠정 합의하고 이날 오전 9시부터 파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11~14일 경고파업을 했던 노조는 이번에는 요구조건이 수용될 때까지 ‘무기한 파업’ 방침을 밝혔었다. 일각에선 역대 가장 길었던 2016년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파업기간인 74일을 넘어설 가능성이 거론됐다.

노조는 △4%대 임금인상률 및 정률수당 기준 상향 △4조2교대 시행을 위한 인력충원 △KTX·SRT 통합 △안전업무 정규직화, 자회사 처우개선 등 4가지 조건을 요구했으나, 잠정 합의안을 보면 노조가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최대 쟁점인 임금인상률은 정부가 제시한 내년 공공기관 임금인상률 가이드라인인 1.8% 수준으로 결정됐다. 노조 요구와 격차가 크지만 예산 결정권을 쥔 정부가 타협불가 방침을 밝히자 현실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달 10일까지 임금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1.8% 임금인상분마저 상당기간 반영되지 않아 내부 불만이 커질 수 있는 점이 노조에 부담이 됐다.

4조2교대 근무제를 위한 인력충원 문제는 노사정 협의를 거쳐 12월부터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노조는 현행 3조 2교대 근무 체계에서 1조를 추가하려면 4600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나, 코레일은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1865명 증원 계획을 세웠다.

노사합의를 기대하며 사태를 관망하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파업 이후 강경론으로 돌아섰다. 그는 지난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만큼 노조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일 순 없다”고 말했다.

노조 요구대로 인력을 늘리면 매년 4400억원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이는 결국 철도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살펴야 하는 정부와 여당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TX·SRT 통합 및 자회사 임금인상 등의 문제는 노사가 정부에 개선안을 건의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노조가 예상보다 빨리 파업을 철회한 배경엔 성난 민심도 한몫했다. 이번 파업 기간에 대학별 논술·면접이 진행돼 장거리 이동이 필요한 수험생들이 피해를 봤고, 수도권 전철 운행률 감소로 직장인들의 출퇴근길이 매우 혼잡했다.

이런 가운데 4조2교대 시행시 코레일 직원의 주 평균 근무시간이 39.3시간에서 31시간으로 줄어든다는 국토부 발표가 나오자 파업 비판 여론이 고조됐다.

노조 파업 철회로 열차 운행은 이르면 26일부터 단계적으로 정상화될 예정이며 완전 정상화까지는 1~2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조상수 철도노조 중앙쟁대위원장은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내 4조2교대 인력증원 관련 노사정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코레일은 최종 합의안 도출에 신중한 입장으로 협의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