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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같이 하던 때가 아련"…'LG 미스터 세탁기' 43년만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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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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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2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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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출신 4대 그룹 부회장 신화…일본산 국산화 독심 품은 끝 세탁기 역사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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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LG전자 부회장(왼쪽)과 권봉석 사장. /사진제공=LG전자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8일 'LG 배지'를 43년 2개월만에 내려놨다. 만 63세. 노장의 용퇴다.

조 부회장을 일컫는 수많은 별칭 중에서 '미스터 세탁기'만큼 그의 지난 궤적을 압축한 말은 없다. 1976년 서울 용산공고를 졸업한 뒤 LG전자 (71,200원 보합0 0.0%) 세탁기설계실에 입사해 단 한 번의 '외도' 없이 줄곧 세탁기 한 분야만 팠다.

국내 세탁기 보급률이 0.1%도 안 되던 시절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던 부품을 국산화하기 위해 경영진의 곱잖은 시선에도 '투쟁'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막대한 투자비를 걱정하는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옥상에 책상을 가지고 올라가 연구에 매진했다고 한다.

지독한 집념의 결과는 1998년 세탁조에 직접 연결된 모터로 작동되는 '다이렉트드라이브(DD) 시스템' 세계 최초 개발로 이어졌다. 이때부터 'LG전자=세탁기'의 공식이 시작됐다. 세탁기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는 훗날 조 부회장이 LG전자 CEO로 올라서면서 전 사업부에 혁신 DNA를 이식하는 바탕이 됐다.

'고졸신화'도 조성진 하면 떠오르는 단어다. 실력 하나로 국내 4대 그룹 CEO(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승진을 거듭하면서 대학 진학을 꿈꿔봤을 법하지만 여전히 그의 최종학력은 용산공고 기계학과 졸업이다.

'그 시절이었으니 가능했던 얘기'라고 치부하기엔 울림이 크다. 입사 40년만인 2016년 고졸 출신 부회장으로 승진했을 때 국내 경제계에 미친 충격이 상당했다.

LG전자 CEO 첫해였던 2017년에는 '헬리콥터 조'라고도 불렸다. 일주일에 한번 이상 헬리콥터로 생산라인을 방문해 현장을 챙긴 덕에 생긴 별칭이었다. 당시 헬리콥터 사용 예약 신청서가 가장 많이 적힌 이름이 조 부회장이었다고 한다.

CEO를 맡았을 때 이미 스마트폰 사업부가 돌이키기 힘들 만큼 기운 상황이긴 했지만 지난 3년 동안 끝내 모바일 체질 개선 성과를 내지 못한 지점은 스스로도 '아픈 손가락'으로 꼽는다.

조 부회장이 퇴진을 결심한 것은 2년차 중반에 다다른 구광모 LG그룹 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룹 전반의 세대교체 바람 앞에서 물러날 때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구 회장과 조 부회장은 나이차가 20년 이상 난다.

조 부회장은 이날 후임 권봉석 사장을 만나 건승을 기원하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43년 2개월의 전장을 떠나는 순간, 역전의 노장은 "우리나라가 기술속국이 되지 않아야 된다는 일념으로 악착같이 연구개발에 몰두했던 때가 이젠 마음 속 추억으로 아련히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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