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행 순위, 관람객수 vs 매출…뭐가 맞을까

머니투데이

김도엽 인턴

영화관/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영화에 관심이 많은 A(26) 씨는 요즘 해외 박스오피스 순위를 챙겨본다. 영화 '기생충'의 해외 흥행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그런데 해외 박스오피스의 경우 우리나라 처럼 관객수 기준으로 순위가 매겨지지 않았다. 매출액 기준이었다. A 씨는 의문이 들었다. 왜 우리나라의 박스오피스 집계 기준은 관객수인 걸까?

미국의 박스오피스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다./사진=박스오피스 모조(Box Office Mojo)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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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과 '관객수'로 나뉘는 박스오피스 집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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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박스오피스 순위를 매길 때 관객수를 기준으로 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선 관객수와 매출액을 동시에 표시하고 있으나 주된 기준은 관객수다. '천만영화'라는 타이틀이 나오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박스오피스 집계의 기준을 '관객수'로 하는 나라보다 '매출액'으로 하는 나라가 더 많다.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미국과 영국, 중국, 인도, 일본 등 많은 나라가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다. 영화산업의 규모가 큰 국가 중 관객수를 기준으로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프랑스, 브라질 정도다. 독일은 최근 관객수 기준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바뀌었다.

영화 '기생충'과 '보헤미안 랩소디'/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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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수-매출액 기준 순위 항상 같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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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오피스 집계 기준을 매출액으로 바꿀 경우 순위가 바뀌는 경우가 적잖다. 관객수가 엇비슷한 경우는 물론이고 몇 십만명 차이가 나는데도 매출 순위에선 역전되는 사례도 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들 '보헤미안 랩소디'와 '기생충'이 그런 경우다. 관객수로 비교했을 때 '기생충'의 총 관객은 1008만3922명으로 '보헤미안 랩소디'의 994만8386명보다 13만5000여 명 더 많았다. 그러나 매출액에선 '보헤미안 랩소디'는 약 862억8100만원 정도를 벌었는데 기생충의 총매출액은 약 858억7330만원으로 매출액에서 기생충이 4억원 넘게 뒤진다. 관객수로 보면 '기생충'이 '보헤미안 랩소디'보다 10억원 정도는 더 벌어야 했는데 오히려 4억원을 덜 번 것이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상영방식 별 요금차가 커지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싱어롱 열풍'이 불어 일반 상영관보다 5000원 이상 더 비싼 싱어롱관 관객수가 많았는데 이것을 관객수 대비 총매출액을 높였다.

매출액과 관람객수의 역전 정도가 더 큰 사례도 있다. 2016년 '검사외전'은 약 970만 관객을 동원해 같은 해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약 867만 여명)에 100만명 이상 앞섰다. 그러나 '검사외전'의 관객 1인당 매출액은 7965원에 그쳤지만 '시빌 워'는 1인당 8375원으로 410원 더 많았다. '검사외전'의 1인당 매출 7965원을 두 영화에 동일하게 적용하면 매출액에서 81억원 정도 차이가 나야 하지만 실제 매출액 차이는 45억8000만원에 그쳤다('검사외전' 772억5000만원, '시빌 워' 726억7000만원).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서울 시내의 한 극장 티켓매표소. '겨울왕국2'는 3D 아이맥스, 4DX 등 다양하게 상영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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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티켓 가격, 매출액 기준으로 바뀌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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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오래전부터 관객수를 기준으로 매겼다. 그조차도 처음에는 서울 관객수만 집계를 했다. '최초의 100만 영화' 타이틀이 붙은 '서편제'도 서울 관객만 집계한 것이다. 배급 방식 때문에 과거 지방 관객의 정확한 수를 파악할 수 없었고, 매출액 파악은 더욱 힘들었다.

곽서연 영화정책연구원 연구원은 "과거 서울에선 제작사와 계약한 배급사가 영화를 배급했지만 지방의 경우 특정 지역의 판권을 일정액을 받고 팔아버리는 '단매' 방식을 취했다"면서 "그래서 지방의 경우 정확한 관객수 파악이 어려웠고 매출액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관객수와 매출간 간격이 확대되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단순 관객수보단 '흥행실적'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매출액으로 박스오피스 순위를 매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봉하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경우 특별관에서 보는 것을 선호하는 영화들이 많다"며 "특별관의 비싼 좌석은 일반관에 두 배 정도다. 특별관 관람객과 일반관 관람객을 똑같이 1명으로 집계하는 현 기준으론 영화의 수익을 제대로 반영 못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곽 연구원은 "매출액 기준으로 바꿔도 대형 배급사들이 프라임 시간대나 비싼 상영관을 독점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프라임 시간대를 배정받지 못하는 독립·예술영화는 어려움을 더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매출액 기준이면 물가상승률을 고려해야 해서 역대 순위를 매길 때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관객수 기준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영화관 모습./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