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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프리즘]네이버는 왜 소뱅과 손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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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 2019.12.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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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한일 경제협력 가운데 가장 의미가 큰 사례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빅딜 소식에 이재웅 쏘카 대표가 내놨던 평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의 자회사인 라인과 Z홀딩스(야후재팬)를 공동 소유, 공동 경영하겠다는 합의는 AI(인공지능) 시대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이정표이기도 하다.

야후재팬과 라인이 합쳐질 경우 시가총액 30조, 이용자 약 1억명을 넘는 메머드급 인터넷 기업으로 도약한다. 검색, 모바일 메신저, 간편결제, 커머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적잖은 시너지가 예상된다.

쉬운 결정은 아녔을 것이다. 일본 시장에서 야후재팬과 라인은 더 없는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우리로 치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느닷없이 합치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다고나 할까. 단순히 일본 시장만 놓고 보면 쉽게 와 닿지 않는 제휴다. 하지만 글로벌로 시야를 돌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계는 지금 AI(인공지능) 패권 경쟁이 한창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을 찾아 “한국이 집중해야 할 건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훈수를 뒀던 것도 이 때문이다. AI 기술·인재 확보 경쟁은 물론 데이터 확보전도 치열하다. 아쉽게도 AI 패권 경쟁은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로 대표되는 미국 기업들과 중국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가 주도하고 있다. 기술과 데이터를 쥔 1위 기업만 살아남는 냉혹한 AI 시대 2, 3위는 의미 없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규정하듯 ‘자본과 인재, 기술력을 갖춘 거대 글로벌 기업들과 국경 없는 전쟁터에서 매 시간 싸워야 하는 디지털 제국주의 시대’에 현실에 안주했다가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 지 모른다. 적이라도 끌어안아야 한다.

이같은 절박감에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빅딜이 극적 합의됐다는 후문이다. 사실 네이버는 2017년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 인수 이후 AI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었지만 혼자 힘으로는 버겁다. 라인·Z홀딩스 경영 통합이 마무리되면 야후재팬의 포털과 쇼핑 거래에서 확보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손정의 회장이 AI 펀드를 통해 투자해왔던 전세계 기술 네트워크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베트남,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AI 기술 연구 벨트’를 조성하겠다는 네이버의 계획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경영통합 후 매년 1조원 이상을 AI 분야에 쏟아 붓기로 했다. 미중 패권에 맞설 아시아 AI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디지털프리즘]네이버는 왜 소뱅과 손잡았나

일각에선 다른 해석도 내놓는다. AI를 필두로 인터넷은행 등 핀테크·자율주행(모빌리티) 등 네이버의 미래 기술투자와 서비스가 앞으로 국내보다 일본 소프트뱅크와의 합작사를 주축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의 규제 장벽 탓에 네이버마저 짐을 싸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카카오 카풀’ 등 승차 공유 서비스들이 규제와 기득권의 반발에 차례로 좌초된 데 이어 ‘타다’ 서비스마저 불법 딱지가 붙게 될 처지다. 이런 판에 네이버가 미래기술로 투자한 자율주행 기술 역시 꽃피울 날이 올지는 미지수다. 인가만 내준 채 규제로 점철된 인터넷은행 사업도 마찬가지. 네이버는 아시아 라인을 통해 금융 혁신 모델을 실험 중이다.

AI 사업 역시 한국에선 장담할 수 없다. AI 사업에 꼭 필요한 데이터를 구할 수 없어서다. 빅데이터 사업 활성화를 목표로 발의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이 1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까지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 연내 국회 통과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토종 AI 기업들도 설 자리가 없다. 이번 빅딜은 유독 4차산업 기술과 서비스가 발을 딛지 못하는 우리 현실의 이면을 보는 것 같아 다소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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