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아닌척…인스타 사용후기, 내가 계속 속는 이유

아모레퍼시픽의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부당 광고 사례/사진=공정거래위원회

기업에서 대가를 받고 제품 사용 후기를 올린 인플루언서(온라인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대거 적발됐지만 해당 인플루언서를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은 처벌할 수 없다는 '법적 허점' 때문에 줄잇는 '후기 같은 광고'로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의 제재 대상은 사업자, 사업자단체다. 사업자나 사업자단체로 인정되지 않는 인플루언서는 부당 광고를 하더라도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간 공정위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한 표시광고법 위반을 수차례 적발했는데, 실제 글을 게시한 인플루언서를 제재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최근 사건에서도 같은 문제가 불거졌다. 공정위는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7개 사업자의 표시광고법 위반을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7개 기업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제품 사용 후기'처럼 '광고'를 게시한 인플루언서들은 모두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위는 인플루언서가 표시광고법 적용 대상인 '사업자'가 아닌 '개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업자는 공정거래법상 '제조업, 서비스업, 기타 사업을 행하는 자'로 폭넓게 해석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지속·반복적 영리 행위'를 한 사실이 있어야 사업자로 인정받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 관련 인플루언서들은 7개 기업 외 다른 사업자로부터도 대가를 받고 글을 올리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아 '사업자'로 볼 수 없어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서가 법적 허점을 악용할 소지가 충분하다. 사업자가 인플루언서에게 '광고'임을 명확히 알리도록 지시했더라도, 인플루언서가 실수·고의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업자만 처벌을 받는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사업자가 관리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피해는 불가피하다. 인플루언서들은 '법 위반 사실 공포명령' 등을 받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는 자신이 '후기'가 아닌 '광고'를 보고 제품을 구매한 것인지 조차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를 규제할 법 개정은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해당 광고로 이익을 얻는 주체는 '광고주'인 사업자며, 이들을 제재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하고, 사업자·인플루언서·소비자가 유의해야 할 사항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작·전파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