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명 사망, 총리 사퇴… 이라크 차기 총리는 언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열린 반정부시위에서 일부 시위대가 부상자를 들고 급히 이동하고 있다. /사진=AFP

이라크에서 반정부시위가 벌어진 지 2개월 만에 아델 압둘-마흐디 총리가 사임했다. 그러나 차기 총리가 나오는 데 수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BBC 등에 따르면 이라크 의회는 아델 압둘 마흐디 총리의 사임을 가결했다. 수도 바그다드 등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극심한 실업난과 정부 부패, 열악한 공공 서비스 등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지난 10월 1일 시작된 지 두 달 만이다. BBC에 따르면 시위로 인해 최소 420명이 숨졌으며, 1만7000여명이 다쳤다. 이로써 압둘-마흐디 총리는 취임 1년 2개월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시위가 불거진 계기는 지난 9월 압둘 마흐디 총리가 국민 영웅으로 꼽히던 반테러단체 수장 압델 와합 알 새디 중위를 강등시키면서다. 알 새디는 이슬람국가(IS)로부터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을 탈환하는 데 기여해 대중적 인기를 누리던 인물이다. 하이더 알 아바디 전 총리까지 알 새디를 두둔하면서 SNS 등에는 알 새디를 지지하는 글이 우후죽순 올라왔고, 이는 '이란의 개입을 받는 현 정부가 국민 영웅을 모두 친이란파 인물로 교체하려 한다'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란은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이라크 내정에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에 대한 불만과 정부 부패, 실업난까지 더해지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시위로 번지게 됐다.

정부는 개혁 조처를 발표했지만, 시위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지난달 28일에는 군경의 실탄 발사로 하루에만 시위대 40여명이 숨지는 유혈사태까지 발생했고, 다음날인 29일 압둘 마흐디 총리는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이라크 의회는 지난 1일 긴급회의를 열어 총리의 사임을 가결했다.

이라크 의회는 지난 1일(현지시간) 아델 압둘 마흐디 총리(사진)의 사임을 가결했다. /사진=AFP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이라크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의회 다수파와 협의해 총리 후보를 추천하고, 의회가 이를 승인하면 후보자가 총리에 취임한다. 통상 실권자는 시아파, 의회 의장은 수니파, 형식상 국가수반인 대통령은 쿠르드계가 맡는다.

압둘 마흐디 총리는 반외세 민족주의 정파인 알사이룬과 친이란 성향의 정파가 연대해 추대한 인물로, 그가 퇴진하며 친이란 정파의 입지는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BBC는 "이라크 현 의회는 어느 한 정파가 압도적으로 장악한 상태가 아니라 새 총리 후보가 결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총선 이후 총리 후보가 결정되기까지 5개월이 소요됐다.

이라크의 정권 교체로 미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에 변화가 생길 것인지도 주목된다. WSJ은 "압둘 마흐디 총리는 이란의 내정간섭에도 의사 표현을 못 하는 무능한 지도자라는 평판을 받았고,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도 성사되지 못했다"며 "총리의 사임으로 미국은 중동의 필수 동반자인 이라크와의 새로운 관계를 맺을 기회를 얻게 됐지만, 이란 내 정치적 이해관계와 차기 총리 후보자 미정, 이란의 내정간섭 등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