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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품, 초라한 삶…김홍도의 이면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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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 2019.12.0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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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천년의 화가 김홍도’…붓으로 세상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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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작품은 알지만, 김홍도의 삶은 제대로 음미하고 있을까. 그의 출생지가 안산 성포리라는 사실, 자신의 집을 그린 ‘단원도’의 배경이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달리, 인왕산 옆 백운동천 계곡이었다는 사실은 집요한 논증의 결과다.

저자는 그간 논쟁과 추정에만 기대어 온 김홍도의 삶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 전기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같은 국가기록물뿐 아니라 강세황의 ‘표암유고’ 등 동시대인들의 흩어진 기록을 샅샅이 모아 최신의 연구자료와 대조해 그의 숨겨진 삶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김홍도는 궁중기록화에서부터 도석화, 시의도, 풍속화, 실경산수화, 화조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폭을 자랑했고 “조선의 화폭을 넓혔다”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모든 회화에서 빼어난 성취를 이뤘다.

정조의 총애를 받은 도화서 화원으로, 중인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벼슬인 현감에 제수되면서도 그의 내면은 ‘환쟁이’라는 굴레와 끝없이 투쟁해야 했다. 시험에 통과하지 못해 첫 벼슬에서 파직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대부분의 품직은 ‘녹봉’(월급) 없는 무록직이었으며 지방관 시절에는 마을 양반이나 아전들의 견제와 편견에 괴로워했다.

저자는 “김홍도는 벼슬은 가졌으나 끝내 양반 사회에 편입될 수 없었던 경계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감내해야 했다”고 말한다.

그런 태생적 한계 때문인지, 그는 괴로워할수록 화폭에 혼을 더 실었다. 무엇보다 인간사를 떠난 자연의 세계와 주로 만났다. 궁중화나 신선화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자연을, 진심 어린 손길로 그린 데에는 자아를 찾아가는 내면의 목소리가 한몫한 셈이다.

양반이 찾는 그림이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그림을 그렸고, 그 세상 안에 소외되고 핍박받는 이들을 끌어안았던 화가. 신분이 아니라 사람을, 풍경이 아닌 마음을 화폭에 담아낸 김홍도는 진정한 예술인이 되었다.

그의 말년은 아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를 통해 짐작된다. 초서로 흘려 쓴 편지는 뒤로 갈수록 힘에 부쳐 쓴 흔적이 역력해 곤궁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신분의 벽은 극복하지 못했지만, 예술혼은 누구도 가로막지 못했다.

“나리, 저는 붓을 잡을 때가 제일 좋습니다. 산을 보면 산을 그리고 싶고, 바다를 보면 바다를 그리고 싶고, 사람을 보면 사람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밤 천장에다 그림을 그립니다.”

◇천년의 화가 김홍도=이충렬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480쪽/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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